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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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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Mar 07. 2022

애쓰다

  구근 속에 자기를 가두고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늦을 리가 있겠느냐고 지레 포기했던 히아신스 몇 개가 꽃봉을 올렸다. 이미 말라버린 꽃잎 가장자리를 여느라 무던히도 애를 쓴 흔적이 아프다.


  둘러보니 사방에 손톱만 한 새싹들과 구슬 같은 꽃눈들이  있다. 봄이니까 나왔을 뿐이라고 말하는 듯 무덤덤해 보이는 산마늘 잎 가장자리가 찢겨있다. 거친 땅을 비집고 나오느라 애쓴 탓이다.


  나는 무엇에 애를 쓸까? 너무 멀지 않은 것, 너무 크지 않은 것, 눈이 부셔서 바라보다가 그만 눈을 감아버리지 않을 만한 것, 너무 높이 올라가다가 떨어지지 않을 만한 것,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맨손으로 감쌀 만한 것, 곁에 있다가 사라져도 너무 슬프지 않을 만한 것. 없으면 아쉽지만 있으면 반가운 것. 그러니까 향기로운 차나 밑반찬 같은 것.




 

  '애쓰다'는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을 쓴다는 뜻이란다. 우리의 오늘이 너무 휘둘리지 않고 너희의 오늘이 평온했으면. 봄이 뚜벅뚜벅 걸어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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