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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Sep 27. 2023

요정이 필요해

조르주 상드, 요정 파데트

  조르주 상드는 남장을 하고 파리 시내를 걸어 다녔다. 그녀가 바지를 입은 건 특별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편안해서였다. 여자들에게 출입이 제한된 곳을 드나들 수 있었고 길거리를 쓸고 다니는 드레스로 치장하는 것보다 비용도 덜 들었다. 내가 상드에 관해 그동안 알고 있던 건 여기에 더해 뮈세와 쇼팽의 연인이었다는 사실, 인기가 높은 대중 작가였고 첫 남편을 버렸다는 것, 페미니스트로 간주된다는 정도의 표면적인 사실에 멈춘다.


  스가 아쓰코의 산문을 읽으며 익숙해진 파데트란 이름을 알라딘 신간 목록에서 발견하고 바로 주문, 받은 건 유월인데 느릿느릿 읽은 건 칠월, 의자 손잡이 옆에 끼어들어 보이지 않은 채로 또 몇 달을 넘겼다. 몇몇 집에 도리와 명예를 중시하는 부모가 있고 착한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개울과 숲, 물레방아와 도깨비불이 등장하는 짧은 소설이다. 1848년 12월부터 매일 신문에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인기가 많아서 신문의 구독자들이 늘어났을 정도라고.


  질투와 번민에 눈물범벅이 되어도 다음날 아침을 기대하고, 미움과 오해의 매듭은 진심을 담은 말 몇 마디로 순식간에 풀리고, 기도하는 마음이면 고열 정도는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가 순하디 순하다. 말이면 다 되는 것 같은데 말없이 전해지는 마음도 놓치지 않아서 책등을 쓰다듬으며 드는 생각은 200년 전 사람들은 이렇게 순했구나라는 것.


  " 장소가 별로 좋지 않다니?" 파데트가 말했다. "너희 부자들은 너무 까다로워서 그래. 밖에 앉을 때에는 깨끗한 잔디가 필요하지. 너희들의 목초지나 정원에는 아주 좋은 자리나 나무 그늘이 얼마든지 있지. 그렇지만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은 신에게 그렇게 많이 바라지 않아. 길에서 아무 돌이나 베개 삼아 잠을 자. 가시나무에 두 발을 찔려도 아파하지 않고 서서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멋진 것들을 지켜봐. 신께서 창조하신 만물의 좋은 점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나쁜 장소란 없는 법이야, 랑드리."


  사는 게 엉키고 또 엉켜서 고르디아스의 매듭 같기만 한 요즘에 손이 따뜻하고 눈빛이 순한 요정이 전해주는 잠자리의 축복. 반가워요. 조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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