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 꽃 저 꽃 어느 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 또 손님이 오면 요 예쁜 짓 좀 보라고 자랑시키느라 말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중략)
왜 안 피냐고 독촉하면 곧 피고, 비 맞고 쓰러져 있으면 흙을 돋워 일으켜 세우면서 바로 서 있으라고 야단치면 다시는 넘어지지 않는다.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중에서
그래도 그렇지요. 그 연세에 어떻게 진지를 손수 해 잡숫냐고 상대방의 동정심은 수그러질 줄을 모른다. 그럼 나는 조금 화가 나서 아니 내가 글도 쓰는데 그까짓 밥을 왜 못 해 먹느냐고 짜증을 내고 만다. 밥 하고 반찬 하는 건 손에 익으면 쉬워지지만 글 쓰는 일은 생전 해도 숙련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음식이야기> 중에서
나는 맛있는 걸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음식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