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ine Romance

Susan Branch

by 라문숙


수잔 브랜치는 예순다섯이 넘은 미국 여자다. 맑고 투명한 수채화로 그린 일러스트와 사랑스러운 손글씨로 엮은 그녀의 요리책과 살림 이야기로 유명한 아줌마다. 그녀가 남편과 만난 지 25주년을 기념해서 뉴욕에서 퀸 메리호를 타고 영국을 다녀온 이야기를 자신의 스타일로 그리고 쓰고 꾸며서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놨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녀가 딱 그만큼씩 부러워진다.



장마가 지리해서 아무것도 재미가 없던 지난 여름 어느 오후에 아이와 아마존을 힐끗거리다가 배를 타고 영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아줌마의 새책 이라기에 장바구니에 넣었던 책이다. 함께 온 다른 책들에 밀려서 마지막으로 보게 된 책이었으나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부러워서 끙끙거렸다. 이런 게 가능하구나. 6 일 동안 존재하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는 것,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고, 일기를 쓰고, 바다 공기를 들이마시고 그리고 잠을 자는 것, 그리고 그 끝에 영국에 도착하는 것. 버지니아 울프와 그녀의 언니 바네사,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의 흔적이 남아있는 시싱허스트 지역을 시작으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요크셔데일, 코츠월드를 지나 햄프셔에서 제인 오스틴의 흔적을 찾아가는 게 가능한 거였어. 그녀는 그 모든 것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고 썼다. 그리고 그 한쪽 끝에 자신이 있는 거라고. 책을 읽다 보니 그 끈이 조금 더 길어져서 나도 그 끝에 매달리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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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과 그녀의 남편 조는 이미 2004년에 역시 배를 타고 두 달간 영국 여행을 했고

돌아온 이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항상 꼭 지금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히 대답할 수 없었기에 계속 미루다가 그들의 첫 번째 데이트 25주년을 기념하는 날 밤, 벽난로 앞에서 다시 영국 여행 이야기를 하게 된다.


'영국에 왜 안 가는 거지? 가자! 어때?'

'언제?'

'곧!'

'봄에? 아니면 내일?'

'그래 가자고, 그동안 말만 하고 아무것도 안 했잖아, 이제 충분히 기다렸으니까 가자고, 당장!

우리가 아직 건강할 때, 우리 가족들이 건강할 때, 걱정할 건 없어, 고양이도 잘 지낼 테니까. 좋아, 가자고!'

그래서 수잔은 65살이 되는 해 5월에 영국으로 떠나는 퀸 메리호를 타게 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다이아몬드 쥬빌레를 축하하는 축제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여행이라 곳곳에 축제 분위기가 묻어나 더욱 들뜬 느낌이다. 메일과 편지로 연락하던 영국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 티룸과 앤틱샵과 골목길, 피크닉과 서커스, 비와 뱃멀미와 집에 두고 온 고양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른거린다.






중간중간 단어를 찾아가며 읽었지만 문장이 짧고 쉬워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 데다가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 생생한 여행정보와 레시피까지 중간중간 들어있어서 나는 어쩌면 며칠 동안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녀가 지나온 길에는 크랜포드도 있었다.

오래전에 봤던 영국 드라마 '크랜포드'를 다시 찾아 걸어놓고

그녀가 소개한 레몬 버터쿠키를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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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고 부드러운 질감, 싱그러운 레몬 향기

어느 봄날, 넝쿨장미가 화사한 햄프셔의 옛집에서 이런 향기가 났으려나?




25주년을 기념해서 미리 계획하고 그날에 맞추어서 떠난 여행이 아니고 25주년을 기념하는 날 저녁에 계획한 여행이니 우리 모두에게 그녀처럼 해 볼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게 아닐까요? 누구에게나 기념일은 있으니 우리 모두 기념일 저녁을 위해 즐거운 음모를 꾸며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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