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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Nov 04. 2022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오, 윌리엄!]


윌리엄은 루시의 첫 남편이다. 루시는 일 년 전에 두 번째 남편을 잃었고 지금은 혼자다. 루시가 들려주는 윌리엄 얘기가 조각조각 이어진다. 마음을 건드리고 읽기를 멈추게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건 아마도 가장 짧은 문장 들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


그게 내가 말하려는 것이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런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읽으면 숨어 있던 순간들이 살아난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지층 아래 묻힌 채 어쩌면 영영 잊힐 뻔했던 사람들과 사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루시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역시 기억도 가물한 상처와 보고 싶지 않았던 낙담과 제대로 펴지 못한 다짐과 결심들이 그 안에서 희미하지만 빛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여전히 분명하게 말이다.


그리하여 삶이 얼마나 신기한지, 사람들이 얼마나 외로운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루시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겐 할 수 없고', 그래서 당연하게도 '타인의 경험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것에도. 그래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도 있었던 일, 주고받았던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헤아리고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건 '기쁨'이라고 할 밖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기쁨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등장하는 듯 보인다. 그녀가 언급한 그 모든 순간들이 '기쁨'이라는 피륙을 짜는데 쓰였음을 알아차리는 것 또한 기쁘다.

[오, 윌리엄!]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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