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리추얼의 종말]
"희망은 새 옷이다. 빳빳하고 매끄럽다. 그러나 한 번도 입어본 적 없어서, 입으면 얼마나 어울리고 얼마나 잘 맞을지 모른다. 기억은 치워둔 옛날 옷이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맞지 않는다. 사람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반복은 해어질 수 없는 옷이다. 탄탄하면서도 부드럽게 감싸준다. 꽉 끼지도 않고 헐렁하지도 않다. 반복이 무언가 새로운 것이리라 상상하며 자신을 숨기지 않는 사람만이 정말로 행복해진다. 그렇게 상상으로 자신을 속이면, 반복에 싫증이 나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한병철, [리추얼의 종말]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