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문숙 Jun 16. 2023

뉴욕에서 시베리아까지 걸어서

Alone 외로움에 대한 고백

  홀로 있기를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홀로 남게 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홀로 있기를 꿈꾸는 이들은 좀처럼 홀로 있지 못하고, 홀로 남게 될 것을 겁내는 이들은 걸핏하면 버려진다. 둘의 공통점은 각자가 자신에게서 멀리 있다는 것이다. 앤 모로 린드버그가 [바다의 선물]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스로 '자신의 중심과 연결되어 있을 때라야 다른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라고 한다면 우리는 먼저 각자의 중심을 발견해야 할 터, 그 '중심은 주로 고독 속에서 발견된다'. 고독과 친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홀로 있음'과 '외로움'이 같다. 그들에게 외로움은 억압의 모습으로만 남는다.


  외로움은 스스로를 위해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서둘러 자신을 불행한 운명과 동일시하도록 만든다. 상상력을 제한하고,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속삭이며, 모든 가능성을 꿈꾸지 못하게 스스로를 얽맨다. 외로움은 그렇게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그래서 주방에서 냄비를 휘젓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기어이 절망감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만약 삶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면 몇 주가 지나도록 끓고 있는 냄비의 뚜껑을 열면서 웃음 짓는 자신을 발견하지는 못하리라. 자신과 그런 재회를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야말로 상상을 뛰어넘는 기쁨이 아닌가.  



  모든 것과 작별하겠다고 결심한 후 혼자 걸었던 여자의 이야기를 읽었다. 남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뉴욕을 떠나 시베리아를 향해 걸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1926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도움을 청하지도, 도움을 주겠다고 했을 때 받아들이지도 않았으니 그녀의 여행은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있던 곳을 떠나 다른 곳을 향하던 릴리언 올링은 1927년 9월에 '부랑죄'로 체포된다.

'이런 결정을 내린 남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녀를 겨울 동안 감옥에 가둔 건 순전히 릴리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남성들은 여성들을 그녀들이 가진 위험한 생각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종류의 감옥에 가두어 오지 않았던가.'(p.27)


  릴리언은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릴리언이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한 번도 설명하려 들지 않았던 것에 매료되었다고. 포기하는 법을 몰랐던 릴리언에 관한 기록은 1929년, 알래스카의 항구도시 놈을 떠난 것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그녀가 베링 해협을 무사히 건넜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녀가 그냥 떠났다는 사실이다. 그녀만의 집을 향해, 혼자, 걸어가기. 그러니까 그녀의 중심으로.


  글쓴이 에이미 선(Amy Shearn)은 릴리언 올링에 관한 모든 정보를 샅샅이 뒤질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든다. 에이미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도망친 여성이' 되어 다시금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그녀는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끝내고 남편을 떠나 이사를 하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원하는 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 믿고 그것을 얻기 위해 싸우려는 의지를 내 안에서 발견하는 일만큼 여성에게 더 체제 전복적인 일은 없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에이미는 마침내 그걸 해낸다. 에이미는 이제야 처음으로 자신이 맘에 들었다고 고백한다. 불안감이 잦아들고 불행이 사라졌다고. 에이미 선은 릴리언 올링에게 배웠고, 힘을 얻었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다. 아직 21개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든 여자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