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불탑의 도시, 미얀마 양곤

by 마당쇠

가파른 계단을 딛고 올라서자 눈이 시렸다. 터널 끝에 머무는 하얀 세상이 거기 있었다. 샛노란 불탑에 광채가 발했다. 황금빛 기둥이 우뚝 솟아 있다. 쉐타곤 파고다에 도착했다.


매표소 앞에서 고민했다. 입장료에 론지(미얀마의 전통의상)까지 합하면, 적잖은 돈에 지폐를 여러 매만졌다. 가방에 긴 바지를 싸오지 않은 걸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얗게 빛나는 황금 불탑 아래 서니 어느새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이렇게 눈부시게 빛나도 되는 건가.”

눈을 의심했다. 입을 벌렸다. 바로 옆 ‘마하위자야 파고다’에 들러 맛보기로 황금불탑을 보고 왔는데도 이렇다.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으면, 코웃음이 난다. 콧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카메라의 ISO(감도)를 가장 낮은 ‘100’으로 바꿨다. 그제야 황금불탑이 LCD 모니터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머리가 잘리고 저렇게 하면, 다리가 잘려 나왔다. 눈에 담기 어려운 높이와 크기다. 끝내 배를 깔고 바닥에 엎드렸다.


끝없이 사람을 이끄는 황금불탑. 그 안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문득 한상균이 떠올랐다. 서울 한복판 조계사에서 은신하던 노동자 대표는 반 강제로 사선을 넘었다. 한국불교는 그를 품어주지 않고 내쳤고 그는 끝내 형장으로 끌려갔다. 노동자 대표를 품어주지 않는 종교. 여기 황금불탑이었다면, 어땠을까? 마음 한 편이 씁쓸하다.


맨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일까? 사원을 빠져나와서도 맨발로 걸었다. 작은 돌을 밟아도 발이 아프나 왠지 모르게 자유롭다. 한 꺼풀 벗어던지니 땅을 자세히 눈여겨보게 된다. 한참 동안 맨발로 그렇게 쏘다녔다.

마하위자야 파고다마 ⓒ정대희


마하위자야 파고다마 ⓒ정대희
마하위자야 파고다마 ⓒ정대희
마하위자야 파고다마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정대희
쉐타곤 파고다 앞 공원 ⓒ정대희

황금불탑이 빛나는 도시의 밤은 소박했다.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불빛이 적다. 숙소 앞 골몰 끝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길은 어두컴컴한데, 밤하늘은 밝다. 하늘에 별빛이 빼곡하다. 반딧불이 축제라도 열린 것일까? ‘황홀하다’는 표현밖에는 쓸 말이 없다.


밤잠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차이나타운은 낮이나 밤이나 시장이 열려 밝다. 기웃기웃 거리며, 물건을 구경한다. 절레절레 고개를 돌리며, 사람구경을 한다.


몸을 쓰니 허기가 빨리 느껴진다. 시장 안, 꼬치구이집 테이블에 들어갔다. 아니, 입구와 출구가 없으니 그냥 앉았다는 표현이 맞다. 진열대에 수많은 꼬치가 길게 늘어져 있다. 이미 맛을 알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용기를 내지 못했다. 알고 있는 맛을 몇 개 선택했다.


미얀마에서의 첫날, 아직은 모든 게 낯설다.

P.S 2016년 2월에 다녀 온 이야기입니다.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양곤 차이나타운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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