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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Aug 13. 2022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 놀이터 투어

여름 방학의 중반을 넘어간다. 

혼자만의 시간이 극도로 필요한 나는(I형) 시들시들 지쳐간다.   

    


주말 오전.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간다고 한다. 

(일단 이것부터 100점 줘야 함) 출동!      

시댁에서 어머님이 해주신 점심을 먹고, 

얼마 후. 부모님께서 “너네 언제 갈 거니? 우린 약속 있어서 나간다.” 하시며 슝 사라지셨다.   

   


남편은 1차 멘붕이 왔고, 일단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왔다.  

아이들과 가까운 동네 놀이터로 갔다. 물 놀이터가 만들어지는 곳인데 아직 이용할 수는 없었다. 물이 있는 놀이터로 자리를 옮겼다. 도랑에 물이 흐르고 있어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미끄럽다고 들어가지 말라 했을 텐데. 옷 더럽힌다고 모래 만지는 것도 제지했을 텐데. 그것도 엄마까지 없는 상황에서. 

“아빠가 차에서 모래 놀이 도구 가지고 올게.”

아이들은 아빠가 건네준 아이템으로 그들만의 놀이를 시작한다. 물도 푸고, 나뭇잎도 담으며. 여벌 옷이 있었으면 바닥분수놀이까지 했을 텐데. 아직 거기까지 다 내려놓을 순 없다. (차 시트가 젖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30분쯤 놀았으니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 데 아내가 작업 마무리한다고 쫌만 더 놀다 오라고 한다. 휴우. 이디야로 가서 (아내의 커피는 물론) 팥빙수를 포장했다. 근처 학교로 가서 그늘이 있는 벤치를 찾아냈다. 경치가 참 좋다. 1인용 팥빙수는 셋이 나눠먹기 딱 좋은 사이즈다.      


오늘 남편은 평소에 하지 않던 

아이들과 놀이터 투어를 하고, 

밖에서 셋이 팥빙수를 나눠 먹었고,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도 잘 안 찍는 사람이 어찌 찍었냐고 물으니 

“행복한 순간들을 기억하려고” 라며 미선화 된 멘트를 남겼다.      


오늘 남편이 흘린 땀방울과 아이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픈 마음이 참 고마웠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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