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에 대처하는 내향인의 자세

by 엄마의도락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가장 겁이 났던 건 ‘악플’이었다.

나 같은 성격에 악플을 받으면 멘탈이 바사삭 부서질 게 뻔했다.

소리 없이 칼을 겨누는 악플.

첫 악플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영상에

“애기 손이나 잡고 다니지 유튜브 한다고 주접이냐”는 댓글이었다.

유튜브에 열과 성을 다하던 때였다.

워낙 소심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듣는 걸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그 댓글 하나로 파장이 컸다.

댓글을 보며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며 얼굴이 시뻘게졌다. 몇 일간 일 할 맛도 입맛도 뚝 떨어졌다.

당장 영상 다 삭제하고 채널을 폐쇄하고 싶었다.

내가 무너졌던 건 사실 내 마음 한켠에도 아이들과 놀러 가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에 스스로 질책하는 점이 분명 있었기에 더 크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위해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가.

그것에 대해 늘 고민하고 경계선 사이에서 갈팡질팡 답을 내리지 못하고

선을 넘나들며 고민하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내 아이 내가 찍어서 내 채널에 올린 것이 그리 잘못인가?

내가 고작 이런 댓글에 무너지려고 유튜브 시작했나?라는 반발감도 들었다.

그 와중에 내 채널을 방문하는 구독자 분들이나 가족, 친구, 지인들이 이 악플을 보면 어떨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마음 아파할 텐데. 유튜브는 뭐하러 해서 이런 글을 받는 거냐며 당장 그만하라고 할 텐데.

근데 이 인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신고 해야 하나?

연예인들 보면 절대 합의 없음. 선처 없음. 엄포라도 놓던데

나는 그럴만한 용기조차 없었다.

캡처를 하고 댓글을 삭제하고 아이디를 차단했다. 그 뒤로도 한참을 그 사람이 다시 올까 봐 채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 날락 했고 떨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댓글을 확인했다. 다음 영상을 올리기를 주춤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그 외에도 힘 빠지게 만드는 댓글들이 있다.

본인 채널 홍보만 해놓고 가는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 이따만큼 길게 남겨둔 댓글.

아이가 만든 레고 영상에 다짜고짜 ‘잘 못 만들었네요’만 남겨둔 댓글.

악플에 대한 두려움이 비난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곤 한다.

가장 컸던 것은 노래였다. 창모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는데 무지 두려웠다.

네가 뭔데 우리 오빠 노래를 부르냐. 음치다. 그런 목소리 무슨 노래냐

심지어 영상 안 내리면 죽여버린다 라는 상상까지 갔지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팬들의 무관심으로 직접 부르신 거냐며 신기해하는 나의 구독자님들의 평을 받을 수 있었다.

왜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굳이 노래를 불러서

이런 걱정을 사서 하는 걸까? 나를 드러낸다는 것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다.

댓글은 아니지만 ‘싫어요’에 마음이 다치기도 한다.

좋아요 51 개에 싫어요가 하나라면

성격 탓인지 좋아요 51개보다 싫어요 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내 영상이 얼마나 싫었으면 싫어요 라는 버튼을 눌렀을까.

아. 이 세상은 내 영상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구나.

내가 영상 올리는 것을 싫어하는구나.

무슨 이유에서 싫어요를 누르는 걸까.

아이랑 노는 영상이었다고 하자.

아이가 싫은 걸까 아이랑 노는 영상을 올린 내가 싫은 걸까. 뭐가 싫은 걸까?

방 치우는 영상에 담긴 ‘싫어요’에는 내 방이 더러운 게 보기 싫어서 누른 걸까?

아니면 이렇게 치워두고도 다시 또 원상 복귀 될 것을 알았다는 듯 거짓된 모습이 싫어요 였을까?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하다 신경 쓰는 게 많아져 유튜버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영상이 싫은 건지 책이 싫은 건지 아이가 싫은 건지

부정적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그만

이 일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정작 악플을 달거나 싫어요를 남기는 사람은

이 영상에 대해 이제 별 생각이 없이

쓰레기 던지듯 툭하고 던져놓은 의견을

나는 너무 많은 생각을 오래 가지고 있다.

분명히 악플을 남긴 사람이나 싫어요를 남긴 사람을 위한

영상은 아닐 텐데 말이다.

싫어요 하나로 참 별 생각을 다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버튼이 좋아요 버튼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싫어요 백만 개에도 끄떡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평생 이해할 수 없겠지.

악플러에게 무너지는 내 모습이 싫었다.

마음 한 구석이 휑 하니 뚫려버린 것 같다.

엄마라는 사람은 강해진다는데 분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두려움에 가득 찬 내 모습이 나약해 보였다.

좋은 댓글은 수 십 개가 넘는데 하나의 댓글로 마음이 와장창 깨져 버렸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모든 사람에게 공감받는 영상을 만들 순 없다. 누군가는 내 영상을 아니 꼽게 볼 수 도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은 내 영상에 무관심하다. 악플러는 차단과 무시가 답이다. 깨져버린 멘탈을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었다. 내 영상에 공감해주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책을 읽다가 악플을 처치하는 방법이나 대응하는 방법이 나오면 출력해서 벽에 떡 하니 붙여놓는다. 예방주사를 맞듯 매일 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신경 쓸 시간에 나는 작품 하나 더 만든다. -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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