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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Nov 03. 2022

첫 당근마켓 판매 후기 (feat. 기부)

미루고 미루던 당근 마켓을 시작했다.  

사실 별거 아닌 일인데 마음먹고 실행까지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루고 미루며 당근 마켓에 거부감이 들었던 이유는        

사기꾼을 만날까 봐 

(코로나)로 인한 대면 거래 불편함

집 주소 노출에 대한 거부감 

팔 물건 정리 안 됨 

남편의 부정적 반응 

물건에 대한 애정 (좀 더 쓸까?) 등이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미뤄오다 11월엔 꼭 팔아야지! 마음을 먹었다.   

   


절차는 

- 일단 물건을 깨끗하게 닦는다. 상태가 잘 보이게 사진을 찍는다. 부서지거나 낙서되거나 빠진 곳도 꼼꼼히 찾아서 찍는다.  

- 당근 마켓에 비슷한 물건을 검색하고 시세를 확인한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작성한다. (물건에 대해 꼼꼼히 기록하고 가지러 오셔야 합니다. 반품, 환불 안 되오니 신중한 결정 부탁드립니다. 등 주의 사항을 공지한다.)  

이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     

  


첫 거래 물건은 ‘타요 버스’였다.       

더 가지고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아이들이 잘 타지도 않고 동선에 자꾸만 거슬려 하루라도 빨리 팔기로 결심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큰맘 먹고 산 타요 버스. (금액도 비쌌고 부피도 매우 커서) 버스 안에서 까꿍 놀이도 하고 아빠가 들어가서 끼이기도 했다. 긴 미끄럼틀은 처음엔 위험해서 아예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제 뒤로도 내려오고 누워서도 내려오고 자유자재로 내려올 만큼 훌쩍 커버렸구나. 처음 내려왔을 때 박수를 치며 기특해하던 시간들. 둘째까지 이용했으니 오랜 추억을 가지 물건일수록 팔기는 더 어려워진다. 조금만 더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발목을 붙잡는다.      

분해를 하면서 닦으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이 아이 보내는 데도 이러는데 나중에 아이들 시집 장가보낼 땐 정말 오열하겠구나. 

      


다행히 구매자가 일찍 연락이 왔다.   

“제가 구매하고 싶어요!”

“제가 구매하고 싶습니다ㅜㅜ ”

너무 일찍 온 연락과 간절함에 잘 됐다 싶으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판매하기로 하고, 시간을 정하는 단계에서 구매자 분과 몇 시간 연락이 안 된 탓에 ‘아,,, 사기 당했나? 당근에 이런 사람 많다던데. 나도 바람맞은 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중에 연락이 되어 차에 타요를 싣고 외출해서 다행히 구매자의 집 앞까지 가져다 드리면서 판매를 완료할 수 있었다.       

3만 원이라는 현금이 생겼다.  

처음 돈을 받자마자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이 돈 모아서 기부합시다!”     

남편의 반응은 떨떠름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함께해 줄 것을. 

이렇게 또 당근을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만들게 된다.        


나중에 받은 후기는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해주었다. 

아기가 너무 좋아한다. 

친절하고 매너가 좋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상품이 설명과 같다. 

상품 설명이 자세하다.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응답이 빠르다.       

물건도 정리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면서 돈도 생기고 그 돈으로 기부도 할 수 있는 당근 마켓. 


왜 이제 시작했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지만,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이제라도 되었다는 사실에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판매에 너무 멀리까지 와 버린 나의 글. 부디 나의 물건이 좋은 곳에서 잘 쓰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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