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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Nov 14. 2022

엄마는 1학년 / HME 전국 해법수학 학력평가 후기

1학년. 너의 첫 수학 경시대회. 엄마가 학교 다닐 때는 수학 경시대회 이런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저 거기 나간 친구들이 부러웠을 뿐. 이 시험은 뽑혀서 나가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친구들은 참가비를 내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시험이다.        


아이는 시험을 잊고, 게임을 하고 있다. 나는 노트북을 켜 두고 시작 3분 전에 아이를 부른다. 남편이 그리도 기출문제 한 번 풀어보라고 정답 풀이 확인하라고 조언을 했건만 실력 그대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참가에 의의를 두고 오늘의 목표는 답안을 잘 제출하는 것이다.       

 


초반 1-10번 정도까지는 단순 덧셈 뺄셈 문제로 쉬운 편이었다. 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문제를 읽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진다. 흠. 막 경우의 수가 나오고 규칙을 찾는 문제, 도형이 나오면서 혼란스러워진다. 바로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의 등장으로 아이도 한숨을 쉬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시간에 쫓겨야 한다는 압박감과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머리를 굴려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엄마도 똥줄이 타는 기분이다. 엄마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1학년 문제라고 쉽게 생각했더니 나 또한 문제 읽는 것조차 어렵다.      


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

엄마도 모르겠어.       

아예 모르는 문제 5개 정도를 남기고 25번 문제까지 일단 한 번은 봤다. 못 푼 문제를 풀러 다시 위로 올라간다. 마지막까지 씨름을 하다가 30초를 남기고 답안을 제출한다.     

 


시험이 끝나고 마지막 문제를 다시 풀어 보았다. 종이에 숫자를 쭉 써서 위로 한 번 접고 아래로 접고 뭐 그런 문제인데 참. 수학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우리는 처음이었으니 이 시험이 쉬운 건지 어려운 건지 판가름조차 하지 못했다. 나중에 후기를 보니 역대 급으로 어려웠다는 말이 나왔다. 울었다는 아이도 있고 문제를 다 못 풀었다는 아이도 있다. 우리 집만 헤맨 건 아니구나. 저녁을 먹으며 아빠랑 시험 이야기를 했다. 아빠는 은근 우리 아이가 100점을 맞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지만 심화 문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셨다.        

 


대상 – 100점 만점  

최우수상 – 80점 이상 / 20문제 

우수상 – 72점 이상 / 18문제 

장려상 – 60점 이상 / 15문제       


다음날 아이는 뜬금없이 엄마 나 몇 점이야? 라며 점수를 묻는다. 아무래도 인정받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작용한 거 같다. 2-3주 후에 결과는 나온다고 했는데 사실 엄마도 너무 궁금하다.      


너의 첫 경시대회. 점수야 어떻든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것에. 시험 시간이 다 되어 가도록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번 시험으로 엄마도 또 고민해야 할 것이 많아 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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