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오후. 얼마 후면 아이의 방문 선생님이 도착한다.
나는 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남편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야. 선생님 오면 이거 신발 (물 젖은 거) 괜찮은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열이 확 올랐다. 왜 별것도 아닌 말에 나는 열이 올랐을까?
남편은 이런 말하면 왜 옛날이야기를 꺼내냐고 하겠지만 나는 그때의 상처 때문에 지금 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이토록 화가 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화가 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첫째, 둘째 만삭이었을 때도 남편은 화장실 청소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화장실은 제일 더럽게 이용하는 사람) 그가 다녀간 흔적들을 보면서 말은 안 했지만 (음식물 쓰레기, 기타 쓰레기를 남편이 비워주듯이 우리의 암묵적인 룰) 쪼그려 앉아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만삭인 아내에게 적어도 괜찮냐는 말조차 꺼내지 않는 그가 서운하고 미워졌다.
또 그러면서 내가 왜 자긴 화장실을 더럽게 쓰면서 청소할 생각조차 없냐고 물으면
“나는 원래 반장만 해서 화장실 청소를 해본 적이 없어.”라는 말과 함께 거늘먹 거렸다.
안 그래도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학창 시절 반장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기를 죽이는 게 꼴보기 싫었는데 화장실 청소에서까지 그 이야기가 나오니. 그리고 지금도 자기가 우리 집의 반장이고 그럼 나는 공부 못하고 문제 많은 아이라서 매번 화장실 청소는 나의 몫이라 이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뻗히자 열이 받았었다. 그 당시에도. 그때 남편은 임신상태였던 나의 서운했던 마음을 풀어주지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에 응어리로 남아있었겠지.
그러다 어제 나는 일하고 있는데 나보고 얼른 슬리퍼 물을 닦으라는 투의
이거 신발 괜찮은가?라는 말에 나는 화르르하고 말았다.
그 정도는 당신이 닦을 수 있지 않아? 그것까지 지금 내가 해야 해? 라면서 말이야.
남편은 결국 슬리퍼를 닦지 않고 베란다에 있는 슬리퍼와 교체해 두었다. 욕실 슬리퍼는 절대 닦을 수 없는 (화장실 일이라면 나는 손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반장의 자존심인 걸까.
나도 상처가 많은 내 마음이 참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