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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Nov 19. 2022

살고 싶은 집 #4 싱크대 서랍 1 (물통)


이곳엔 물통이 가득 차 있다.      

뚜껑도 따로 분리되어 있어 물 하나 싸는데도 또 시간이 걸린다.      

일단 다 꺼낸다. 

뚜껑을 잘 맞춰서 닫아 둔다.      


내가 산 건 몇 개 없고 어디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이 많다. 

사은품으로 받은 5개보다 돈 주고 내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사는 게 사용면에서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이 공간에 널 부러져 있으면서 사용은 한 번도 안 된 물건들을 보면 말이다.     

아이들 어릴 때 쓰던 물통도 보이고 


왜 쓰지도 않는 물건들이 처박아 두었을까. 

무엇이 이 정도의 정리도 못 하게 만든 걸까?     

이렇게 쌍여 있는 엉망인 공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는 정리하라며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서는 네가 정리를 안 해서 생긴 일인 것처럼 가르치려 들면서 정작 내 살림살이는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심히 부끄러워진다. 

     


쓸 것들만 서랍으로 다시 넣어보지만 

여전히 욕심에 넣어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음에 또 정리하면 되니까. 이 정도 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변화되고 있다고 믿고 앞으로도 정리를 미루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한 칸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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