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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Nov 20. 2022

남편 #3 우리 부부가 잘 사는 법 ft. 고스트 워

아이들 게임에 뭐 중독 수준만 아니라면, 본인이 시간만 잘 지킬 수 있다면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아들이 하고 싶다던 고스트 워 게임을 다운로드해주고 심심할 때 하라고 했다. 어느 날부터 게임이 깔린 탭을 아들이 아닌 남편이 더 자주 들고 있는 것이다.  

    


출근 전에도 퇴근 후에도 

밥 먹고 나서도 

쉴 때도 외출할 때도.     

아이들이 있을 때고 없을 때고 항상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유는 이걸 키워놔야(?) 게임할 때 유용하다는 것. 정작 게임은 아들이 하고 남편은 밑바탕을 깔아 두는 것 같은데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다. 이제 아들이 그 게임에서 손 놓은 지가 오랜데 여전히 남편만 틈틈이 시간 나는 데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시간에 차라리 주식을 보면 어떠냐 했다. 요즘 시장이 안 좋아서 안 된단다. 애들 있을 때만이라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틈새 게임은 계속되었다. 하 ... (열받...)     

  


안 되겠다. 내가 안 보면 몰라도 당신이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내가 봤을 때 조용히 책을 내밀 테니 그때 딱 10분만이라도 책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우리 집에는 이뿐 아닌 다른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근데 남편은 게임하고 나 혼자 머리 싸맨 기분이었다. 아이들 육아든 집 이사든 가계부 문제든 여행이든 같이 고민하고 생각과 마음을 나누면 어떤 방향으로든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책을 권한 건 같이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항상 등 돌리고 고스트 워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삐뚤어진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편에게도 쉴 시간이 필요하고 머리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안다. 근데 그 횟수가 너무 자주 오롯이 고스트 워에만 집중되어 있으니 하루 딱 10분씩만이라도 책을 읽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남편은 흔쾌히 알았다며 책을 받아 들었다. (이런 행동에 아직 같이 사나 보다)     

오늘은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숲으로 바다로 산책을 데려온 날이다. 나에게 시간을 주면서 아이들과 자연과 함께하면 웃게 만들어준 아주 고마운 시간들이다. (본인 스스로도 감동) 내가 건넨 책을 읽으면서 남편은 나에게 맞는 좋은 책이네요. 앞으로 더 잘해볼게요. 라고 한다.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숙제 많은 우리 집에 다시 한 줄기 희망이 생긴다.  

(내일 아침이면 또 게임이 손에 들려 있을지라도. 버럭 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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