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지질이도 솜씨가 없는 편이다. 그걸 알면서도 노력하지 않는다. 벌써 9년 차 주부.
장 보다가 닭볶음탕이 먹고 싶었다. 빨간 닭볶음탕. 이런 메뉴가 둘이 가서 사 먹기엔 왠지 돈 아까운 기분이고, 애들은 또 매운 걸 먹을 수 없으니 집에서 해보자 싶었다. 닭을 사고 처음으로 백설에서 나온 닭볶음탕 양념도 샀다.
매번 요리에서 질리게 되는 건 바로 양념이다. 간장 몇 스푼, 고추장 몇 스푼 등등. 아직 눈 대중으로 감으로 할 수 없는 내겐 크나 큰 숙제가 되고 적어 둔 레시피는 찾다가 이미 진이 빠진다. 그러면서 또 요리에 손을 놓게 되는 악 순환. 안 되겠다 싶어 양념을 구매했다. 오늘은 감자 썰고 닭 한 번 데치고 양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세상 편하다.
저녁 상 마냥 큰맘 먹고 차려본 점심. 양파를 썰 때 남편이 손 조심하라며 또 잔소리를 한다. “알았어.” 잠시 후 아악 ! 남편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나온다. 열어 둔 서랍에 부딪혀 무릎에 멍이 들었다. (무릎도 좀 조심하라고 해 주지.)
요리가 익어가는 냄새가 나고 내가 원하는 그 맛이 날까 내심 걱정했는데 맛도 성공! 남편도 매콤하니 맛있다고 밥까지 슥슥 비벼 먹는다. 술을 같이 곁들지 못해 아쉬움 가득한 얼굴이다. 다음엔 저녁에도 한 번 해줘야겠다. 운동해야 하는데 점심부터 우리는 또 이렇게 살을 찌운다.
출근할 때 아이들 보내는 것 마냥
차 조심하고
동료들하고 싸우지 말라고 꼭 말해줘야 한다.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