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전. 어디선가 “아비 부 ~ 사람 인 ~ 남녘 남 ~~”
한자를 읊어대는 소리가 들리면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한자는 집에서 따로 시키진 않고 화요일, 금요일 방과 후 수업을 통해 공부했다. 집에서는 읽기 숙제만 하고 간다. 아침마다 꾸준히 읽고 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9월 어느 날. 선생님께서 모의고사 시험에서 38개를 맞춰 준 5급 응시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주셨다. (합격점이 35개. 이대로 시험을 봐도 되는 건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나는 (라떼,,,) 자격증 시험을 중학교 즈음에 봤던 기억이 있어서 초등 1학년이 볼 거라고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시험은 11월로 기간이 남아 있으니 더 공부하려나 보다 했다.
드디어 시험일이 다가왔고 아이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답안지 작성 !
“엄마 수험번호 다 외워야 돼?”
“엄마 생년월일 다 외워야 돼?”
“엄마 여자로 적으면 어떻게 해?”
“엄마 5번부터 밀려 썼어.”
수정테이프 사용법도 익숙지 못해 어려워했다. (왼손잡이라 더더욱)
후 ... 집에서 연습해 보면서 얼마나 속이 타던지. 과연 제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엄마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노래도 흥얼거리고 동생이랑 장난도 쳐가며 천하태평으로 답안지 작성에 임했는데 그 여유로운 모습이 한편으론 부럽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 공부에 올인하지도 못했으면서 긴장하고 걱정만 가득했던 내 모습과 상반되어 그렇게 느꼈나 보다. 그래. 넌 아직 1학년이니까. 아주 괜찮지.
아빠는 자격증 공부에 특화된 실력을 갖추었다. (자격증 시험으로 100점 맞은 사람 처음 봤음) 그래서 아이에게 가르침을 줄 때도 꿀팁을 전수해주었다.
“모르면 무조건 찍고 넘어가!”
“이거 안 쓰면 빵점이야. 빵점!”
“아빠가 시간 재 줄게. (타이머 등장) 시작.!”
“두꺼운 볼펜이 더 잘 써지니까 이걸로 가져가.”
“다하고 시간이 남으면 검토를 해봐.” (아들: 검토가 뭐야?)
(아침도 곰국으로 준비하심)
점심은 호박죽을 간단히 먹고 출발했다. 아직까지 아이는 긴장상태가 아닌데 엄마 아빠만 긴장이 된다. 막상 학교가 보이니 아이가 긴장된다고 한다. 교실에 아는 친구들 얼굴도 있어 다행이었다. 수험표 사진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뭉클해진다.
40분에 시작했고 30분쯤 풀고 나온 아이.
1문제 찍었다고 한다. (답안 마킹은 제대로 다 한 걸까? ㅎㅎ)
무사히 잘 치르고 온 아이에게 실컷 놀 자유를 선물한다.
애썼어. 우리 아들. 사랑해!
ps. 열심히 지도해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