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신년 목표에는책 읽기가 포함되었다.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때에 실패요인들을 되짚어본다.
'독서가 취미'라는 생각
어릴 때부터책은 아주 가끔씩 읽었지만 취미란에는 항상 독서로 표기했다. "심심하니 책 좀 볼까" 하면 꼭 그때마다 친구가 오거나 없던 일이 생겼다. 대학교까지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었던 기억이거의 없다. 직장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간편하고 읽기 쉬운 책만 골라 가끔씩 읽는정도였다. 하는 둥 마는 둥 읽는 읽는 중에도 여전히 취미는 독서라고집했다.버리자니 허전하고 잘하자니 공염불이라 독서는 계륵과도 같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기는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려났다. 시간을 내서 다음에는 꼭 읽어야지라며 희망고문을 반복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라고 선언해야 한다. 책을 읽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은 독서습관을 가지기가 수월하다. 절박할수록 독서력은 분명히 향상된다.양동이에 물이 차야 넘치듯 일정량의 시간 투입이 있어야 질적 성장도 경험할 수 있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 경험의 한계를 넘으려고,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어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싶어,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 치료받기 위해, 이직하고 싶어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간절해야, 남들과 달라야만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은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다.
'책 읽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 없다'
끌고 가기는 싫다. 끌려가는 삶이 편하다. 눈치껏 적당히 맞춰 살면 되고, 주변 흐름에 자연스레 편승하면 된다. 책이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지금까지도 잘 살았다.앞으로도 잘 살 것이다. 모르는 것은 검색하면된다.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만이다. 전화번호, 길 찾기, 복잡한 계산식은 더더욱 외울 필요가 없다. 똑똑한 어플을 설치하고 도움을 받는다. 스마트폰은 도깨비부자 방망이다.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누린다. 이처럼 좋은 세상은 없다. 돈 있으면'태평천하'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다. 사색하는 삶, 책 읽는 삶을 너무 쉽게 포기해버렸다. 그 결과 차츰 생각 없이 사는데 익숙하다. 정처 없이 바다에 떠다니는 난파선처럼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직장에서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독서 관련 얘기는 조심스럽다. 한가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서서다. 인류 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과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초대형 IT기업들은 개인의 삶에 숙주처럼 잠식하며 채굴 영역을 넓혀간다. 한 번쯤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숙고해 보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지식은 결코 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으면 사는데 불편함은없을지 몰라도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데 불리하다. 세상을 둘로 나누면 책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는 우스개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책을 읽는 사람이 변화의 주역으로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걸 내포하고 있다. 직장은 갈수록 빠른 기획력(아웃풋)을 강조한다. 각종 지시에 반응속도와 품질이 곧 유능함의 척도가된다.누구나인풋은 적고 아웃풋은 많으니 삶의 질은 점차 떨어진다. 배우지 않고 연구하지 않은 채 빠른 아웃풋을 바라는 것은 급속충전기 작동 원리처럼 수명이 짧아지게 될 것이다. 인생은 장거리 레이스다. 단거리만 해서는 목표에 이를 수 없다.
독서로 다져진 기본 소양은 어떤 상황에서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된다. 독서 내공이 있는 사람은 다른 시각으로 다양한 길과 방법을 찾는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택하고 분석하며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책을 읽지 않으면 각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작년 11월에 열린 삼성전자 '인공지능 포럼 2020'에서 다니엘 리 삼성 리서치 뉴욕 AI센터장은 향후 70년 뒤에 인간 지능과 유사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난제가 부상할 것"이라며 "학계와 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연구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인간 같은 AI 출연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정보와 기술을 가진 소수에게, 어쩌면 미래의 AI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책은 끝까지 읽어야 된다'
책은 한번 읽으면 정주행으로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의욕만 앞세워 돌진하다 보니 부딪히는 장애물이 많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보이는데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한다. 속도가 더디니 의욕도 없고 '나는 책과 맞지 않아'라며 또 자책한다. 가끔은 폼생폼사로도 살고 싶다. 보기에도 무거운 책, 어려운 책, 베개에나 어울리는 책에 도전하며 장렬하게 전사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를 보면서는 흰 것은 여백이요, 검은 것은 글씨였다.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무한 되돌이표만 반복했다. 마치 버벅거리는 버퍼링처럼 헛심만 썼다. 내 수준을 모른 채 요령 없이 접근해서 낭패를 보았다. 잘못된 독서는 잃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것도 배웠다.
책에서 한 테마만 제대로 이해해도 큰 소득이다. 서문과 맺음말을 보고 줄기를 파악하고 목차를 보며 읽을 만한 책인지 살펴본다. 인상 깊은 월척 같은 문장을 건졌다면 기쁜 일이다. 다양한 감상평을 보며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한다. 북튜퍼 들이 많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려운 책은 일단 책장에 넣어 둔다. 쉽게 설명된 어린이 만화부터 접근한다.나에게 흥미 있는 분야, 가벼운 책부터 고른다. 즐거움도 있어야 꾸준히 읽을 동력을 얻게 된다. 학창 시절 여러 과목을 배웠던 것을 떠올리며 2~3권의 책을 번갈아 읽는 것도 요령이다. 책도 나와 맞는 때가 있다. 책과 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다. 씹어 먹을 정도의 책은 어느 정도 독서 근육이 있어야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책을 통해 멋진 길을 만들수도 있다.
'주변 환경은 고려하지 않았다.'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함을 간과했다. 옛말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고 말이 있다. 나에게는 '해당사항 없음', 남의 얘기였다. 아이들과 놀면서도 책을 제대로 읽기는 부담스럽다. 대충 읽으면 애들이 바로 알아차린다. 그나마 있는 에너지도 고갈되기 일쑤다. 거실에서 TV 보면서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애들이 들을 리 만무하다. 집안 분위기는 차분함이 없이 왠지 어수선하다. 가끔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 보채면 컨디션에 따라 그림이 많은 큰 글씨 책 몇 권을 읽어준다. 같은 책을 또 읽어주라면 내가 지루해서 못 참는다. 아이의 상태를 헤아리지 못한 채 부모의 잘못된 습관이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짐을 알지 못했다.
거실에 TV를 치우고 고즈넉한 카페 분위기로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원목 테이블에 적당한 조명, 잔잔한 음악 그리고 벽면에 책이 가득 있었다면 없는 습관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도서관도 자주 다니고 서점도 종종 방문하면서 나부터도 책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책을 읽기 위한 준비가 소홀했다.
독서 환경 속으로 퐁당 들어가야 한다. 독서 관련 책을 2~3권 정독하면 공통분모를 찾게 된다. 유튜브에서 독서 관련 검색 후 끌리는 내용으로 3분 정도 들어 본 후 내게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브런치도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해보면 자신만의 방식이 나온다.
해외여행을 위해 꼼꼼하게 챙기는 것처럼 책을 읽기 위해서도 많은 준비와 노력들이 필요하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부터,천천히 한 권씩 읽으면 된다.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도 교류하며 도움을요청하자. 나에게 맞는 독서모임도 찾아 들어가기를 적극 권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부딪힐 용기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