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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27. 2020

코로나 19가 깨닫게 해 준 것

'행복은 일상 속에 작은 기쁨들을 찾고 나누는 것'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일상 패턴은 단순해졌다. 올해 초 장기교육기간이 시작된 지 6주 만에 자가 학습으로 대체되었다. 출근하는 아내를 돕고, 아이들을 깨워 온라인 학습을 듣게 하고 아침을 챙겨준다. 3~4종의 종이 신문을 보며 관심 가는 기사는 생각나는 지인들에게 공유하며 안부를 묻는다. 집안일 마무리, 사이버 학습을 들으면 훌쩍 오전이 지나고 아이들과 독서, 산행을 하면  된다. 식사 후 아내와 집 근처 공원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단순한 일상이지만 쫓기듯 살던 지난 삶과는 시간의 밀도가 확연히 다르다. 단순한 일상이 답답하다고 느낄 때도 가끔은 있지만 내가 그토록 바랐던 시간이었음을 상기해본다.  

  

  몇 년 동안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은 아내에게 맡겨둔 채 아내의 힘듦을 애써 외면했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에게 더 많은 책임과 희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웠었다.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이해해달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캄캄한 터널을 걷는 것처럼 앞이 보이질 않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다는 이유였다. “한 달만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늘 미안한 가족들에게 더 잘해주고 미뤄왔던 책, 영화, 여행, 등산, 지인들을 만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지”라는 상상을 했었다.     

  

  운이 좋게도 올해 6개월간 장기 교육대상자로 선발되면서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예기치 않게 코로나19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비록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제약들이 있지만 가족에게 충실할 수 있는 축복과도 같은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작은 기쁨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회사에 출근하는 아내 위해 도시락을 정성스레 챙겨주고,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우면서 최소한의 관심을 고민한다. 베란다에서 커가고 있는 형형색색의 꽃의 빛깔을 보며 물, 바람, 햇볕을 조절하면서 안부를 살핀다. 손으로 갈아 내리는 커피를 음미해 보고, 지인들의 SNS에 마음 담은 댓글을 달기도 한다. 책을 읽다 인상 깊은 문장을 발견하면 생각을 보태 적바림 한다. 좋은 자극이길 바라며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에 나누기도 한다. 처음 듣는 클래식 음악에 취해도 보고 아이들의 방을 청소하면서 추억들도 소환한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첫째와 등산을 하면서 관심사를 나누기도 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둘째와 놀면서 잠시지만 유년 시절로 돌아간다. 지쳐서 퇴근하는 아내를 마중 가고 서툰 솜씨지만 저녁을 준비한다. 애써 의미를 만들어 간식타임을 갖고 체중조절은 내일부터 라며 서로를 위로한다.   

 

  <여덟 단어>에서 박웅현 작가는 “묵묵히 자기를 존중하면서, 클래식을 궁금해하면서, 본질을 추구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깊이 봐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전인미답의 길을 가자”라고 하였다. 또한 “인생은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최근에 다시 읽어보며 ‘현재에 집중하면서 매 순간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집에 있는 동안 주부들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워킹맘들의 고충을 더 헤아리게 되었다. 직장에 복귀하면 깨달음들을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비록 아이들과 부대끼는 시간에 비례하여 잔소리는 늘어가지만 이해하는 부분도 늘었다. 아내는 좋은 엄마, 아빠는 짜증 내며 화내는 모습도 괜찮지 않은가?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무엇인지, 잘 먹은 음식은 무엇인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하나둘씩 찾아가며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 하다. ‘행복은 일상 속에 작은 기쁨들을 찾고 나누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코로나 19가 선물해 준 귀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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