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유학자 구양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은 삼상지학으로, 마상(馬上), 침상(沈床), 측상(廁上)이다”라고 했다. 마상이란 출퇴근 등 이동하는 시간을 말하여, 침상은 잠들기 전 20분 내외, 측상은 화장실에서 활용하는 시간을 말한다. 삼상지학은 한마디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는 의미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독서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평일에는 아침 7시 반에 출근하여 10시가 넘어 퇴근하다 보니 책을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 그럼 주말은 어땠을까? 쉬기에 바쁘고, 아이들을 챙기고, 미룬 집안일을 하다 보면 나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자투리 시간은 얼마나 될까가 궁금하여 일주일 동안 시간을 기록했던 적이 있다. 놀랐던 것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균 14시간 임에도 실제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했다. 물론 각종 회의, 출장, 업무도 포함하면 더 늘어나겠지만 상대적으로 자투리 시간은 2시간이 훨씬 넘었다. 의식하며 기록해서지 실제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남는 시간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하는데 보냈다. 틈나는 대로 포털기사 클릭, 유투브 시청 ,각종 자료 검색, SNS를 하며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는데 익숙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고 자투리 시간들을 잘 활용하면 최소 1시간 이상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이나 이동 중에는 오디오 북을 듣고, 대기 시간에도 틈틈이 책을 읽었다. 지금도 하루 30분도 책을 읽지 못할 때도 있지만 자투리 시간에는 가급적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독서습관은 의지와 시간 활용 방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고, 생활패턴을 점검해보고 자투리 시간을 확보하여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게 된다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헤세는 “책을 읽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라”라고 하며 서재를 정성껏 꾸며 드나들고 싶게 만들었으며 항상 음악을 켜두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어라” 라고 궁궐 곳곳에 책장을 두었다고 한다. 헤세처럼 정성스레 서재를 가꾸지는 않더라도 세종대왕처럼 손이 닿는 곳인 승용차, 사무실, 화장실, 잠자는 주변에는 책을 둘 수는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시간이 없다고, 스마트폰에 정보가 있다고, 다른 일이 바쁘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을 합리화할 것인가?
가끔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스마트폰에 중독된 채로 의식 없이 살다보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고 물어본다. 아직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르겠지만 마흔이 넘어서부터 책을 읽는 아빠의 뒷모습에서 책에 대해 끌리기를 바랄뿐이다.
책을 읽자. 사색하자. 글을 쓰자. 그리고 나누자. 시간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