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공미12] 브런치 글쓰기 기.승.전.결.

책 읽고 글을 쓴 후 변화된 삶

by 모티
글쓰기는 새로운 도전이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글을 쓴 지 10개월 째다. 작년 4월 공모전을 위해 작가 신청을 하였다. 운이 좋게 한 번에 통과했다. SNS에 올리는 연장선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책을 읽고 요약도 했던 라 열심히 쓰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읽는 것과 쓰는 것이 바로 연결되지 않았다. 어쭙잖은 교만이었다. 전업 작가, 전공자, 작가 지망생, 각 분야 전문가 등 고수들을 즐비한 곳에서 글쓰기로 명함을 내민다는 것은 마치 유치원생이 어른과 달리기 시합하는 무모한 일이었다. 글이 주업인 사람과 취미로 하는 사람은 동기부터 다르다. 필력 좋은 작가들의 기세에 눌려 스스로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잘 쓰는 사람들은 많고 구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보였다. 치열하게 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도 적잖게 놀랐다.


브런치는 글 쓰는 사람들의 경연장이요, 다양한 삶의 색깔을 표현하는 인생의 축소판처럼 보였다. 일상과 취미 공유, 전문지식 나눔, 직업 홍보 수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간 블랙홀이, 꿈을 키워 나가는 베이스 꿈터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글을 접하며 글눈을 조금씩 틔운 것이 보람이었다. 좋은 글을 접할 때면 그처럼 쓰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다. 유용한 지식을 얻고 작가들과 답글로 소통하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였을까. 덩달아 꾸역꾸역 쓸 수 있는 힘도 얻었다.


천천히, 꾸준히, 포기않고 쓰기

4월 말이면 브런치에 입문한 지 1년이 된다. 갈 길을 멀고 써야 할 글은 많다. 3년 후 출간을 목표로 시나브로 글을 쓴다. 일을 하면서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쉬는 날과 주말을 이용해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해 최대한 글을 쓰려한다. 절제 있는 생활과 밀도 있는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수면 시간을 아껴 인풋을 위해 책을 읽는다. 자투리 시간을 모아 틈틈이 떠오른 영감을 메모한다."작거나 적은 것도 쌓이면 크게 되어 많아진다"는 적토성산처럼 매일 한 줌씩 흙을 모아 동산을 다지고 있다. 언젠가는 산이 될 거라는 희망을 떠올리며 흙 나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혼자 하는 다짐보다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 몸을 맡기면서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이 성장하는 지름길이다.”라는 경험의 정수도 얻었다.


십수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은 것은 의지와 다짐을 반복하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자칫 작심삼일로 그칠 일도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 머물 때 지속할 수 있었다. 연구 동아리 활동, 독서모임, 독서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였다. 분야별 고수들을 통해 집단지성, 협업, 상호 보완성도 배웠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편견의 벽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용기와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는 맷집만 있으면 된다.


독서와 글쓰기는 삶의 활력소다.


지난 몇 년 동안 책을 읽으니 쓰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읽은 책의 줄거리와 소감, 일상의 느낌부터 하나둘 기록으로 남겼다. 글쓰기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정신노동이자 중노동이었다. 초고를 다듬어 한 편씩 생산할 때마다 황홀한 성취감도 누렸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희열의 순간, 보람된 반응 때문에 글을 쓴다. 고통은 많고 만족은 짧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도움을 주는 글이었으면 더할 나위 없다. 글쓰기가 어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인가? 평생 동안 글을 쓰는 사람도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하며 힘들다고 푸념한다. 주어진 여건에서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꾸준히 쓰다 보면 내게도 꿈을 이루는 때가 올 것이다.


글은 독자가 있어야 생명을 얻는다. 혼자 쓰는 글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식과 경험의 느낌을 잘 버무려야 생생한 글이 나온다. 생각 퍼즐을 잘 조합해도 글은 염소 똥처럼 찔끔찔끔 나올 때가 많다. 인풋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아웃풋이 제대로 나올리는 만무하다. 근육이 운동량에 따라 발달하는 것처럼 글도 쓰는 양에 따라 분량도 늘고 편집하는 요령도 생긴다.


책을 읽는 때, 색다른 경치를 볼 때, 낯선 곳을 갈 때, 음악을 들을 때, 대화중에도 불현듯 섬광처럼 떠올라 실마리가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메모하거나 이미지를 저장해 둔다. 어느 순간 한 편의 시로 담백한 수필로 이어진다.


모든 대상이 새로운 의미가 된다


글을 쓴 이후 변화된 삶

글을 쓴 이후부터 모든 대상을 더 자주 보게 되었다. 계절 변화도, 나무와 꽃도 들여다보았다. 의식하면 할수록 오감 촉수가 깨어났다. 작은 일상에도 감탄할 일, 감사가 늘었다. 일출, 일몰, 안개, 눈길, 하늘, 구름, 별, 나무 등이 새롭게 보였다. 자연이 주는 감동을 나누고 싶었다. 주변은 온통 글밭이다. 잡을 수 있는 눈과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관심을 가지면 작은 변화들을 포착할 수 있다. 꾸준함만 더해지면 글쓰기도 습관이 된다.

시간이 많아야 쓰는 것도, 여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글을 쓰는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조금씩 써내려 가는 방법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하루에 한 줄도 쓰지 않으면서 무작정 작가를 동경했었다. 하늘을 보며 홍시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책만 읽다가 허전함에 독서노트와 책 리뷰도 쓰면서 글쓰기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많은 작가들은 독서의 완성은 글쓰기라며 책 쓰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 것도 이유였다.


공간만 바뀌어도 사고가 확장된다.

책을 읽고 정리하여 지인들과 나눈다. 산책하며 사진 찍고 자연을 관찰한다. 의미를 부여하고 글감을 찾는다. 어느 순간 모아진 글감들이 말을 걸어왔다. 글감들과 대화하면서 앎과 표현력의 경계가 확장되었다. 글쓰기가 내게 준 선물이다. 유시민 작가는 “삶을 잘 살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라고 하였다. 삶에 충실하지 않는 채 글만 잘 쓰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가식 없이 내 깜냥만큼 글을 쓰고 싶다. 같은 책에서도 읽는 사람마다 밑줄 긋는 문장이 다르고 해석이 다르다. 사람은 고유함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의 삶이 특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내 삶도 소중해질 수 있다. 글은 삶과 분리되지 않기에 때론 쓴 글에 매이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렵다고 하나보다. 글에는 삶의 태도와 생각 등이 묻어난다. 글쓴이의 인생이 녹아있다. 어렴풋이 마음도 보이고 저마다 에너지도 전해진다.


다른 사람의 글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알 수 없기에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글을 쓰면서는 내 글을 읽어준 독자가 무척 고마웠다. 글에 느낌을 남길 때마다 얼굴을 보며 대화하듯 답글을 남겼다. 글을 다듬고 정성을 쏟는 시간만큼 반응도 생겨 신기했다. 독자는 글쓴이의 노력의 밀도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 내 글에 꾸준히 응원하는 분도 있다. 그분들의 응원이 계속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된다. 사랑을 받았기에 가급적 답글을 달려 노력한다. 쓴 글에 대해 읽어주고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시간을 할애하는 고마운 일이다. 답글을 달 때면 인상 깊은 한 문장을 다시 쓰거나 떠오르는 문장을 인용, 글에 공감하며 한 줄을 성의 있게 쓰는 것은 선플 운동처럼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적확한 단어를 찾는 노력은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해진다


13년 전 강사로 오신 분의 강의에 너무 매료되어 그분께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공직을 시작했는데 너무 막연하여 답답하다는 내용을 토로한 것으로 기억된다. 꽤 유명하신 분이라 답장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며칠 후 회신을 받았다. 단 몇 줄이었지만 정성이 담긴 응원 메시지였다. 그분의 가르침이 내 삶에 지침이 되었다. ‘모티베이터’의 저자로 현재도 활동하는 기업인이다. 그 이후부터 '모티'라는 애칭이자 필명을 사용한다. 평범한 이메일이 인생의 방향타가 될 수도 있다.


시공간의 제약이 많은 직장에서 틈틈이 브런치의 글을 읽고, 벼리는 활동은 조금씩 적금하는 것처럼 내게는 꿈을 위해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이다.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빛나는 보물을 찾아 깊이 사색하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다. 가끔은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재해석되는 이야기들은 색다른 감흥을 준다. 일상의 모든 것이 글쓰기의 재료가 됨을 배워가는 중이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감동 소재가 된다. 반복되는 직장생활에서도 의미를 찾게 된다. 브런치는 내게 삶이라는 사막에서 목마를 때 청량감을 주는 오아시스와 같이 소중한 공간이다.

글은 결국 사람과 사랑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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