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와 지인들에게 읽은 책을 자주 소개하는 편이다. 독서습관을 묻는 사람에게는 주저 없이 독서모임에 참여하라고 권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모임을 찾기 위해서는 손품, 발품은 팔아야 한다며 아는 정보도 일러준다. 요즘은 조그만 노력이면독서모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플, 유튜브, 블로그, 밴드 등 검색부터 시작하자. 때론 작은 실천이 삶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우연히 읽은 책이 삶의 지침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한 번쯤은 몸을 던질 용기가 있다면 변화라는 월척은 언제든지 잡을 수 있다. 다짐을 혼자서 반복하는 것보다 조금은 부담되는 환경 속에 나를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의지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노력이 쌓여야 한다.
직장이든 지역이든 온오프라인 모임형태는 많고 다양하다. 관심을 갖는 순간부터 이전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삶의 궤적이 바뀔 수도 있다. 단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일수록 생산적으로 산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시간과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하여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자신감도 배어 있다. 아마도 독서력이 쌓여 다양한 관리로 적용되었을 터다.
"양이 질을 만듭니다. 한두 권의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지기를 바라지 마세요. 수 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수 천권의 책이 양이 결국 우리의 사고의 질을 향상해서, 생각이 다른 사람이 됩니다. 인생이 달라집니다. 양질 전환의 법칙을 저는 좋아합니다." <김병완 작가가 쓴 글 중>
독서모임 회원의 전시회 출품작
처음 독서모임의 기억
5년 전 직장에서 독서모임을 처음 운영한 적이 있었다. 매달 한 권씩 공통 도서를 돌아가며 발표하는 형태였다.주변 동료들에게 취지를 말하며 같이 하자고 권유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잠시 얘기를 나누면 "책은 읽어야 되는데요. 다음에 생각할게요...." '다음'이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이름일 뿐 공허한 메아리였다. 4명이 모여 한 사람씩 추천하여 우여곡절 끝에 8명이 모였다. 읽을 책을 각자 2권씩 추천해 분야별로 책을 선정한 후 추천자가 발표하기로 규칙을 정했다. 근무지가 바뀌어 6개월밖에 운영을 못했지만 아쉬움과 보람은 그만큼 컸다. 책 고르는 안목이 없어서인지 어떤 달은 흥미가 없이 밋밋했다. 회원 수준과 참여 성향이 달라서 회원 간 적절한 시간 배분과 모임을 정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운영자일수록 일정 수준의 독서력이 필수임을 절감했다. 의지와 열정만으로 모임을 이끌기는 너무 버거웠다. 책을 몇 권 읽었다고 자만했던 어리석음, 어쭙잖은 지식, 교만과 아집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부터 벗어야했다. 실력 없음, 부족해도 너무 부족함을 몸소 배웠다. 운영자로서 책임감이 생겨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은 큰 소득이었다. 해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첫 독서모임은 아련한 기억의 한 장면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른 독서 모임에서는 회원 활동에 주력했다. 완독과 요약을 실천하며 기회가 되면 발표를 자원했다. 책을 읽고 정리했던 노력만큼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관점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배경지식에 따라 이해의 깊이가 달랐다. 일부 회원은 다른 책들을 인용하며 비교 설명할 때는 것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졌다.
차근차근 배운다는 자세로 독서력 있는 회원들에게 끝난 후에도 질문하며 농구의 올코트 프레싱처럼 모임 때마다 전심으로 몰입했다. 총무를 하면서 모임 때마다 장소, 점심, 간식을 챙겨야 했지만 결코 비싼 수업료는 아니었다.
몇십 년간 독서습관이 몸에 배인 분들과 모임 하는 것만으로 얻는 게 생긴다. 독서고수는 질문의 수준에 따라 상대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해준다. 혼자서는 결코 터득할 수 없는 회원들마다 삶의 철학과 경험 나눔은 새로운 세계이자 지적 놀이터였다. 직업이 달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확장하는 계기도 되었다. 기업인, 금융인, 작가, 주부들의 시각을 배웠다. 사고의 폭이 넓어지며생각의 틀을 깨뜨리는 소중한 카이로스 시간이었다.
자리 배치의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지금은 매월 책을 읽고 후기를 나누는 자율 독서, 독서커뮤니티, 오디오북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도 동기가 있어야 꾸준하게읽게 된다.건강검진 결과를 받은 후 바로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평온한 일상에서는 책 읽기는 취미 이상되기는 쉽지 않다.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기존의 것을 바꿔야 해서다. 익숙한 것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씨를 뿌리고 오랜 시간 가꾸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듯이 하루아침에 열매를 맺을 수는 없다. 인풋은 없는 채 아웃풋만 요구하는 곳에서는 성장은 그저 구호일 뿐이다. 내적 자원만 고갈된채로 시들어가며 하루하루 버틸지도 모른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부평초처럼 떠다니다 정처 없이 흘러가는 삶일 뿐이다.한 번뿐인 인생임을 잊고 산다.
다들 책 읽을 시간은 없다고 한다. 핑계는 마트의 물건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스마트폰은 틈나는 대로 보며 생산적인 활동이라 합리화한다. 검색한 지식이 내 것인 양 착각하며 이 좋은 세상 '태평천하'하고 외친다. 스마트폰이 나의 모든 정력을 빨아들이며 정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에너지 블랙홀임을 알지도 못한 채로.
7년전 넘어지며 얻게 된 아픈 교훈은 '소비적인 것을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세상의 속도에 치여 소모품처럼 살게 된다는 것, 나를 지키려면 실력을 먼저 쌓아야 하고, 나를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게 독서는 소비적인 삶에서 생산적인 삶을 살게 해주는 추동력이었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 본 적이 있다. 관계력 향상, 인격 함양, 경쟁력 제고, 건강관리에 도움이었다. 특히 유연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
멋진 길도 수 십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자 비대면(줌,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독서모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직접 만나 독서인에게 느끼고 배우는 것은 아쉽지만 이동 시간과 모임 공간의 제약이 덜한 장점도 있다. 비대면 모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행정안전부의 일하는 방식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pc영상회의는 48%, 이용자는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회의 활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71.4%에 이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린 교육 형태 변화도 예측된다.독서모임도 적절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성인이 될수록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는 어렵다. 책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많고 바쁜 일상에서 책을 읽을 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습관은 나를 사랑하는 좋은 습관이라 생각한다. 생산적인 삶을 살고 싶지 않은가? 주도하는 삶은 어떠한가? 책속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