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책을 갈급하는 사람은 많지만 꾸준하게 책을 읽는 사람은 드물었다. 책 읽기는 우선순위에서 치여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 공무원 대상으로 업무 공유 행정망이 운영되고 있었다. 아쉽게도 독서 관련 커뮤니티는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했다. 독서 플랫폼을 만들면 자연스레 운영될 줄만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무능으로 인해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컴컴한 터널을 걷는 것 같아 오랫동안 답답했다. 한켠에는 힘든 때 책의 도움을 받았으니 어떤 식으로든 나눠야지라는 빚진 마음도 있었다.
콘텐츠를 찾고, 매주 올리는 일은 고된 정신노동이었다. 업로드하는 내용 부족, 매주 요약하는 책 소개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했다. 요령도 없어 헤매기도 했다.빚 독촉을 받는 사람처럼 쫓기었다. 업무가 과중할 때는 “계속해야 하나”라는 주저함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된다’, ‘위로가 된다’라는 분들이 있었다. 마치 기름이 떨어져 멈춰진 차에 비상 주유를 해 주는 견인차처럼 그들은 다시 움직이게 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실력이 부족해 힘들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면 남의 눈치를 보고 비겁하게 살 수도 있음을 경험해서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기 싫었다. 가족에게 정말 미안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다. 사진이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였지만 짊어진 책무는 무거웠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자료를 찾는 것도 시간과 줄다리기였다. 평소 시간을 아껴야만 최소 운영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평소 좋은 기사는 스크랩해두는 버릇이 생겼다. 책날개, 목차, 서문에 핵심 정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책 요약 시간도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의 책 리뷰도 보면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을 더 의식해서 읽었다. 그럼에도 혼자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작은 손길도 귀했다. 그럴 때마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나을 텐데"라는 한숨이 나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직하다. 죽으란 법은 없었다. 조금씩 자료들이 쌓여가고 회원들도 시나브로 늘어났다. 1년이 지나자 검색해서 오는 분들도 생겼다.커뮤니티 이용순위 상위에 노출되어 회원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물이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마음으로 전체 회원에게 메일을 보내커뮤니티 운영 조언도 구했다. 의견수렴으로활성화 방안도 마련했다. 온라인 독서 소모임을 만들고, 시 나눔, 유용한 정보 메뉴도 추가하였다. 누구나 부담 없이 글을 남기도록노력했다.
1년 반이 지나자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한분씩 보이기 시작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를 주도하는독서인들이었다. 그들과 책공미 1기를 만들어 6개월 동안운영했다. 카카오톡으로 매월 공통 도서를 읽고의견을 나눴다. 감사하게도 공동 운영자도 두 분 모셨다. 함께 하니 부담은 줄어들고 커뮤니티는 점차 안정화되었다.회원수도 900명이 넘었다. 책공미 2기와도 독서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수많은 기도의 탑, 무엇을 쌓았을까
처음부터 어떤 분야든 잘하는 사람은 없다. 많이 방황했기에, 아파보았기에, 다른 사람보다 늦었기에 좀 더 간절했을 뿐이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먼저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지치지 않으려면 자신부터 성장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기 위해 일상을 기록하며 성찰했다. 3개월 후 객관적인 나의 기록들과 마주했다. 데이터의 위력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겸손하게 성장하여 나눔 있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배우는데 부지런하자’를 외치면서.
어떤 일이든 핑계보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했다. 독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 전환부터가 제대로 된 책 여정의 시작이었다. 독서를 하다 보면 느슨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독서 커뮤니티, 독서 소모임에서자극을 받는다. 정작 내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이다.
"가치 있는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성장이 크다."
글을 쓰면서 다시금 담금질을 한다. 초심을 생각해 본다. 시간 축적을 떠올린다. 시간 축적이 성장동력이었다. 평범한 시간이 꾸준히 쌓여야 어느 순간 변화 임계점이 이른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양동이를 채우듯 시간이라는 자원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생각과 실천이 나비효과로 서로에게 공명이 되어 함께 움직인다면 세상은 살맛 나고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