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공미] 버킷리스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생에서 버킷리스트는 내비게이션이 될 수도

by 모티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버킷리스트> 이후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와 자수성가로 백만장자지만 괴팍한 성격에 주변 사람이 없는 ‘잭’(잭 니콜슨)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됩니다. 의기투합해 모험을 떠나며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를 하나씩 이루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낯선 사람 도와주기’, ‘눈물 날 때까지 웃기’, ‘장엄한 광경 보기’, ‘스카이다이빙’, ‘최고의 미녀와 키스’, ‘문신 하기’, ‘세렝게티에서의 사냥’, ‘이집트 피라미드 보기’ 등 소박하면서도 황당한 계획입니다. 버킷리스트를 하나 둘 이뤄가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는 시간 동안 우정을 쌓아가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이에게 돌아보게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완성해 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버킷리스트의 유래는 중세시대에 높은 곳에 밧줄을 매단 뒤 양동이 위에 올라가 목에 밧줄을 걸고 나서 양동이를 걷어차는 식으로 시도된 교수형의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작성하는 것을 버킷리스트라고 하며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입니다.


2월 잡코리아에서 성인남녀 1,832명을 대상으로 한 버킷리스트 설문조사에서 1위는 ‘취업 및 이직’(48.1%), 2위 ‘저축 및 재테크’(35.5%), 3위 ‘자격증 취득’(32.4%), 4위 ‘다이어트 성공’(25.6%), 5위 ‘제주‧해외 한달살이’(18.7%), 6위 ‘통역 없이 대화’(16.0%), 7위 ‘연애하기’(11.7%) 순이었습니다.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적인 여유(42.2%), ’꼭 이루겠다는 의지‘(34.4%)로 나타났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삶은 살아남아야 할 현실인가 봅니다.


2년 전에 독서모임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금 색다른 것을 해보자는 제안 중에서 밤샘 토론과 버킷리스트 발표가 포함되었습니다. 버킷리스트란 단어가 머리에서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하고 싶은 것부터 적었습니다. 포털 검색으로 다양한 버킷리스트를 찾았습니다. 리스트만 적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참고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타인의 것을 모방하는 것은 빠를 수는 있지만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낫게 작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SMART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할수록 더 막연해졌습니다. 성찰과 고민 없이는 자칫 희망고문이 될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지금 잘 살고 있는가?”(과거와 현재)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미래)


질문을 바꾸니 다른 사람 기준을 덜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 앞으로 10년 후는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떠올리며 목록을 하나씩 채워갔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모임에서 발표하며 미래를 그렸습니다. 회원 한분은 지금껏 묻어두었던 소중한 보물을 다시 꺼냈다고도 하셨습니다. 혼자 품었던 생각을 함께 나누니 선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2년 전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가끔 봅니다. 50개의 항목 중, 나의 성장 목록 25가지, 가치와 사회공헌 25개씩 나누었습니다. 아직 계획으로 머문 것도 있지만 달팽이 걸음으로 하나씩 이뤄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룰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 좋습니다. 매일 독서, 손 편지로 책 선물, 독서모임 활성화, 하루 한 명 응원, 후배 성장 돕기, 은인과 식사, 헌혈 하기, 건강 챙기기 등 소박한 목록들은 자연스레 삶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인생 여정에서 버킷리스트는 어느덧 내비게이션처럼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2년 전 버킷리스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신의 버킷리스트가 궁금합니다.

"훌륭한 야구 선수라면 타격 훈련을 할 때 무작정 방망이를 반복해서 휘두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타격을 할 땐 한 순간에 온 정신을 한데 모은다. 한 예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방망이를 잡은 손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또 공을 치는 순간, 공을 바라보는 눈에 온 정신을 집중할 수도 있다. 종이에 글을 쓰는 것 역시 한 순간, 한가지 대상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행위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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