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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May 05. 2021

[일상 관찰] 청소와 정리를 통해 얻게 되는 것

화장실 청소, 책장 정리 그리고 생산 독서

우리는 살면서 삶의 방향을 잃고,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많은 이가 마치 깨닫기만 하면 삶의 목적이 명료해질 것처럼 생각하지만, 삶을 통해 실현되지 않는 목적은 공허할 뿐이다."
<균형이라는 삶의 기술, p101>

화장실을 청소하는 이유


답답할 때마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버릇이 있다. 바닥을 박박 문지르다 보면 어느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눅눅한 곰팡이 같은 찌든 생각청소된 기분에서다. 배수구 틈에 뒤엉낀 머리카락 뭉치 같은 감정들도 반질반질 윤기 나는 화장실을 보면 천천히 사그라진다. 나의 수고로 가족 모두 기분이 좋아지니 남는 장사다.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 흐름을 바꾸는데 효과적이다. 


욕실은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다. 이곳에 곰팡이와 물때가 끼어 있으면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에 에너지가 생긴다. 목욕을 끝낸 뒤 욕실 구석구석에 찬물을 뿌려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하고, 환기를 해 곰팡이 발생을 막는다. 거울 전용 걸레를 준비해두고 아침에 세수하거나 양치질을 한 다음 거울을 닦아준다. 물에 젖은 욕실화는 세워둔다. 변기 안과 주변은 세재를 뿌린 후 솔로 구석구석 닦는다. 닦는 만큼 마음도 산뜻해진다.


함께 사용한 공간이 나로 인해 깨끗해지는가? 지저분해지는가? 작은 배려가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


나는 에너지를 주는 사람인가? 에너지를 뺏는 사람인가?


책장 정리 이유와 생산 독서


반년마다 책장에 있는 책들을 다 빼낸다. 읽지 않는 책, 읽다가 만책, 몇 번 읽은 책들이 뒤엉켜 있다. 손때가 묻어서,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서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어선지 버릴 책을 고르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책마다 뒤적여 보면 적바림을 했던 때로 소환된다. 생각도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순간순간 다르나 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일 테지. 헛똑똑이가 되지 않는지 바랄 뿐이다. 나름 버릴 기준을 정했다. 1년 사이 꺼내 보지 않던 책, 별 감흥이 없던 책, 처음 부분만  읽다가 만책을 고르니 50권이 넘는다. 책장이 충분하다면 버리지 않았을 책과의 연을 마감한다. 한 권마다 소중한 인생이 녹아 있다고 생각하면 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책장 정리는 단순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균형 독서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다. 자기 계발, 경제경영, 독서와 글쓰기, 건강, 문학, 심리, 역사 철학, 인문교양,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으로 분류해서 정리하니  몇 권 되지 않는 분야도 있다. 그나마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서 편독은 줄일 수 있었다. 독서환경에 따라 성장곡선도 다르게 나타난다. 독서 정체기라면 다른 환경과 방법에서 접근해볼 것을 권한다. 버려야 채울 수 있음에도 때론 욕심이 비움을 주저하게 만든다. 소비 독서에서 생산 독서로 나아가려면 우선 버려야 한다. 읽은 후 정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보다는 손과 머리가 부지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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