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독서커뮤니티 회원 전체에 메일을 보냈다. 회원들의 안부와 가입자 1.000명에 대한 감사, 실천하고 있는 버킷리스트 사례를 가볍게 나누었다. 100명, 200명,300명, 700명 넘을 때마다 안부인사와독서습관 메시지를 보냈다.3년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스쳐간다. 커뮤니티가 기지개를 껴기까지는 1년 6개월이 필요했다. 처음 1년은 요령이 부족해 책을 편집하느라 시간이 꽤나 걸렸다. 모아두었던 콘텐츠가 바닥나자 새롭게 자료를 찾는 일도 시간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시작 포부는 창대했으나 혼자 하는 짝사랑처럼 정체기에 가슴앓이도 견뎌야 했다. 커뮤니티에 독서라는 주재료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라는 다양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와 맞춤 요리법이 필요했다. 서툰 요리사처럼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하는 것은 하나하나가 배움의 연속이었다. 한정된 시간에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운영할지 고민도 많이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연료 50% 이상이 소모되는 것처럼 일정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 관심과 열정이 녹아나야 한다.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우선 회원 200명을 목표로 매주 2~3편씩 독서 관련 자료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이달의 추천도서는 '독서 IN', 읽었던 책 속 문장과 이미지는 '글 그램' 어플 이용, 시집 몇 권을 구입해 위로와 용기를 주는 시를 매주 소개했다. 추가로 신문 칼럼도 포함했다. 독서에 도움될 자료들은 카톡방에 모아두며 틈틈이 올렸다. 책을 읽으면서도 요약할 것을 의식해서인지 집중도 잘되었다. 활동에 관심을 갖고 콘텐츠를 올려주는 분도 생기며, 올린 글에 댓글을 다는 분위기도 확산되었다. 물이 100도에서 끓어오르는 것처럼 함께라는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성실함이란 향기가 어느 순간 은은하게 회원들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꾸준함이 답이다'라며 말씀해주는 선배님이 계셨다. "사람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 삶을 경영할 수 있을 때 인생이란 책에 덜 후회가 남는다"라며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독서 사랑 '다독다독' 커뮤니티는 소수가 주도하는 플랫폼보다 다수의 생각을 모아 진화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회원 의견을 반영해 작년 하반기부터 운영하는 카톡 소모임은 비대면 독서모임의 모범사례로 확산되고 있다. 매일 동반 성장을 응원하며 독서 습관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는 회원들이 있어 보람된다. 자율적인 참여와 다양한 의견 나눔은 '자극'과 '반응'이라는 촉매에 의해 긍정 에너지로 연결되기도 한다.
하루 10분은 결코 작지 않다.
아무리 바쁜 상황에도 10분 정도는 짬을 내어 회원 신청 승인과 도움될 자료를 하나라도 올리려 노력했다. 10분은 하루 1440분 중 1%도 되지 않는 시간이다. 비록 하루 10분이라는 작은 벽돌이지만 꾸준히 쌓으면 멋진 성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도중에 계속 운영할까라는 고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커뮤니티를 만들었던 이유로 돌아갔다. 공무원 업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는 많았지만 독서 커뮤니티가 없어 아쉬웠던 마음, 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 누구나 인생에 고비가 올 수 있으니 책 읽는 공무원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떠올렸다.
환경 변화 속에서도 계속할 수 있었는 동인은 "실력을 쌓지 않으면 언제라도 넘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었다.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공통 메시지는 다짐과 의지보다는 다소 부담을 주는 환경 속에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천하면서그 의미를 체득했다. 독서커뮤니티 운영도 독서환경 속으로 나를 넣었던 노력 중의 하나였다. 내가 누군가의 환경이 되고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어줄 때 세상은 더 살맛 난다. 어려운 여건에도 책의 가치를 나누고 싶었다. 배터리가 소모될 때 경고 알람이 울리는 것처럼 때론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나를 흔들기도 했다,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날 수 있던 것은 책이 무게추가 되어서다. 가끔 회원들이보내준 감사 메일은 지치고 건조한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처럼잔잔히 삶속에 스며들었다. 저자가 독자의 리뷰에 힘을 얻는다는 의미도 조금 알 것 같았다. 며칠 전 받은 메일이 지금 글을 쓰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보내준 메일을 읽기만 하다 이제 답신한다며 "20년 이상 공직생활에 지쳐서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게 되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분의 마음이 전해져 뭉클하면서도 애잔했다. 답장을 보내며 비상하시기를 마음 담아 응원했다.
독서와 글쓰기
생과 사의 갈림길을 지나 책을 읽고 글 쓰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비록 서툰 글이지만 몰입도 맛보며꾸역꾸역 한 편씩 채워간다. 1년 동안 180여 편은내 가슴에 별이 되어 빛나고 있다. 다시 보면 부끄러운 내용이지만 다듬고 고치며 완성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글 쓰는 삶은 밀도 있는 삶을 살도록 의식과 행동을 재배열하기에생활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 글이 나를, 내가 글을 쓰는 착각에서도 표현할 수 있는 몸짓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다. 나를 위한 글에서 다른 분이 공감하는 글이 되도록 삶을 벼리며 깎고 다듬을 수 있어 좋다. 글을 쓰는 것을 고해라 생각했다. 스스로 선택했던 고통의 바다였지만 등대처럼 책은 나에게 빛이 되었고, 글 쓰기는 부유물처럼 떠다녔을 부평초 인생에 돛이 되었다. 바쁜 일상 속 운동경기 같은 삶의 연속이지만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읽고 오늘도훈련처럼 쓰기를 반복한다. '꾸준함이 답이다.'라는 주문을 외우면서.작은 시냇물이 모여 강을 이룰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