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중에 짬을 내어 책 읽기는 쉽지 않다. 출근해서 10분 정도 몇 페이지를 보고 점심식사 후 악착같이 시간을 만들어 빈 회의실에서 책을 읽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사무실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직위가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책 보기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여유가 있으니까", "한가해서"라고 취급받기 쉬워서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눈치 볼 것 없이 책을 읽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업무연찬을 잘하는 것도 국민에게 도움을 준다. 현안 문제를 기획하고 각종 지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사(컨트롤 C)와 붙임(컨트롤 V), 인터넷 검색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책과 논문, 각종 자료, 전문가 자문, 현장 방문 등 다양하게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근무시간에 업무와 관련 없는 책을 봐도 되는 것일까? 공직생활은 그만큼 느슨하지 않다. 부서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시간과 싸움을 하며 뒷목과 등이 경직된 채로 힘든 일에 시달린다. 시간 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다양한 민원에 대응해야 하고 주말도 출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시간만큼 일을 한다고 착각한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중에 온전히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직장인들은 많은 시간을 포털 검색, 인터넷 쇼핑, 취미나 관심분야를 찾는데 보낸다. 화제는 단연 주식, 주택, 땅 등 재테크에 집중된다. 동료들과 차를 마시거나 메신저를 하면서 흘려보낼지도 모른다. 시간만 때우는 식, 일하는 척으로는 생산성이 높을 수가 없다. 그런 자세라면 밑천이 금방 바닥나 조직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차츰 도태될 것이다.
일을 잘하기로 정평이 있는 선배를 관찰한 적이 있었다. 먼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였다. 업무 로드맵에 따라 주도적으로 일을 챙기면서 늦지 않게 주변의 협조도 잘 이끌어 내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일과 삶에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을 실천하고 있었다. 지켜본 부러움에 질문을 던졌다. "선배가 에이스인 비결이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책을 꾸준히 읽고 연구해"라는 모범 답변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업무 관련 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책을 두로 섭렵하는 독서고수였다.
한근태 작가는 <고수와의 대화, 생산성을 말하다>에서 생산성이 낮은 그룹이 공무원이라고 하였다. 시대가 급격하게 바뀌었는데도 공무원은 변화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가 강하고 정책이 실패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드물며,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는 절박한 환경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만큼 공무원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다. 이제는 공직사회도 바뀌어야 한다. 국민을 섬기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토론하며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한다. 변화의 흐름에 유연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영국 런던대학의 교육학자 피터즈 교수는 "인간은 습관이라는 정원을 통하여 이성이라는 안방으로 도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성 작가는 <에이트>에서 10년 이내에 많은 전문직종이 AI로 대체된다고 전망하였다. 창의성이 필요 없는 단순 반복적인 직업 순으로 보면 공무원도 예외일 수는 없다. 실리콘벨리의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된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다가올 두려운 미래여서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평생 안정된 직장으로 연금이 보장되는 곳으로 언제까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기에 책을 읽는 공무원이 많아져야 한다. 각종 IT기술을 활용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야 한다. 단순 반복적인 일,예측 가능한 일은 AI가 더 잘할 수 있다. 직무역량을 키우고 꾸준한 자기 계발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거대하게 밀려오고 있는 인공지능 쓰나미에 모든 걸 잃게 될지도 모른다. 피할 수 있거나 헤쳐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무원이 시대의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