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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미4]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한 미션 두 가지

자신에 대해 써보기, 일상을 기록하기

by 모티
"자아 찾기에는 공식도, 참고서도 없다.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살아 있으며 자아를 찾는 여행 중이고, 내 삶의 주인은 나이며,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조지프 징커-

교육 동기 중에 등단하신 분이 있었다. 직장 생활 중에도 틈틈이 시와 수필로 작가가 되셨다. 자리를 함께 하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글을 쓰려고 하면 먼저 자신에 대해 써보세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괴롭거나 상처 받았던 일에 대해서도 생각나는 대로 써보세요”라고 조언했다. 막상 쓰려하니 주저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 때 틀에 박힌 자기소개서를 써본 이후로 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할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지금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생각나는 질문들만 적으며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임재성 작가의 <삶의 무기가 되는 글쓰기>를 만났다. “자신을 무너뜨리는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이라 말에 용기를 내어 써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혼자 대화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생활환경이 변했던 시점에 따라 주요 사건들을 기록한 후 천천히 써 내려갔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취직과 결혼 등이 오버랩되었다. 하나둘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아린 아픔들이 두더지 잡기 인형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초등 시절, 혼자 지냈던 학창 시절, 폼생 폼사 사춘기, 방황했던 대학시절, 긴 터널의 수험생활, 자충우돌 육아 경험, 맷집 기른 직장 생활... 외면하고 싶은 기억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힘들 때마다 다그쳤던 습성들이 아직도 남아 가끔씩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임재성 작가는 “먼저 글은 삶을 이해하는 시작점으로 내 삶의 이야기를 써볼 것을 말한다. 삶의 발목을 잡은 상처와 대면하고 표현하는 순간 치유가 된다.”라고 하였다. 토하듯 내뱉었던 울분들이 상처들을 어루만지는데 도움을 주었다. 책의 문장이 체화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에 대해 글을 써보게 되어 얻게 되는 놀라운 효과다.


작년부터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애벌레 프로젝트라 명명하고 건강, 업무, 자기 계발, 관계로 구분하여 하루를 돌아본다. 개선할 점과 감사할 일들을 간단하게 기록하는 방식이다. 몇 달간 기록이 쌓이자 나의 생활패턴과 성품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하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다음날에 기록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때는 반성과 성찰이, 좋을 때는 감사의 내용들이 많았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려고 애쓰니 업무 생산성도 향상되었다. 시간을 아낀 만큼 책을 읽고 요약하며 정리하였다. 유익한 정보들은 업무에 적용하고 동료들과 나누기도 하였다. 주말에는 독서 발표와 의견 나눔으로 독서력을 키우고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빈 수레는 아니었는지 반성해본다. 몇 년 동안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나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흔히 말하는 인생 책도 만나지 못했다. 단지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 한 걸음씩 걷고 있다. 나에게 독서는 지난 삶에 대한 반성이요, 무작정 살았던 내 인생에 대한 미안함에 가깝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무작정 살았던 과거의 모습들에 더 이상 발목을 잡혀 뒷걸음치기는 싫었다.

언제까지 무시당하고 살 것인가?

‘자신에 대해 써보기’, ‘일상을 기록해 보기’ 두 가지 미션을 실행해 보자.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변화는 먼저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책의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 운동쯤은 되지 않을까?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는 의미는 ‘너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라’는 말로 자신을 먼저 제대로 알라는 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했던 일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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