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Jun 26. 2021

[일상 관찰]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연습합니다.

슬기로운 직장생활은 어렵습니다.


연인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말을 안 해도 눈빛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 것이라는 착각을 자주 한다. 표현하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관계에서 서운함은 주로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데 있다. 소통 고수들은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잘 헤아린다.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기에 햇빛이 모아지면 불이 타는 것처럼, 관계의 불꽃이 타올라 마음이 따뜻해지게 지게 된다. 상대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추기에 상대가 보낸 신호를 잘 잡아낸다. 가끔 혼선 시는 적절하게 조율하니 상대는 존중받은 좋은 감정이 생기게 된다. 그런 사람일수록 다시 만나고 싶어 진다. 나를 이해해 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서다.


경청 고수와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려 감추고 싶었던 얘기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십 수년 전 어깨가 많이 굳어서 병원에 가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악성민원과 소송에 휘말려 지친 때였다. 시티촬영을 보면서 의사 선생님은 외견상 큰 이상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최근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느냐고, 일이 힘들지는 않냐며 물어보시며 도움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꾸준하게 어깨에 물리치료를 요한다는 내용으로 소견서를 써주셨다. 5분 동안 대화는 움츠려드렸던 마음을 다독였다.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2주 정도 물리치료를 다니며  몸을 치료했던 기억이 있다. 물리치료를 받는 시간만큼 지친 마음도 점차 회복되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이 떠오른다. 보이는 것 이상을 보시는 마음씀은 가뭄의 단비처럼 내 마음을 적셔주었기 때문이다. 마음까지 살피셨던 고마운 분으로 기억된다. 

어둠속에서 빛은 주인공이 된다.

얼마 전 직장일로 힘들어하는 지인이 있었다. 평소  SNS로만 소통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며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대충은 짐작되었다. 20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일에 매진했는데, 한참 어린 후배가 함부로 대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다니기 싫을 정도로 관계가 꼬인 것이다. 


"왜 후배 때문에 직장을 포기해야 할까요.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물어보신 후 지켜야 할 선을 정중하게 말씀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감정적이면 상대도 금방 방어를 하게 됩니다."


그분께 내일 연가 내라고 권해 드렸다. 그리고 어머님을 찾아가 따뜻한 밥 한 끼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글의 이면에 있는 헛헛함을 보아서다. 도움이 될 만한 글을 보내주며, 휴식에 도움이 되는 책도 몇 권 추천드렸다. 일주일이 지난 후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책을 읽다 그분이 떠오르는 문장을 만나면 종종 공유하며 안부를 묻는다. 지인의 사례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직장인의 비애이기도 하다.

 

40대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있는 시기다. 에서는 후배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위로 올라갈 자리는 많지 않아 중간에 끼어 있는 처지인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을 바쳐 의무에 충실했지만 누리는 권리는 올라갈수록 줄어든다.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고 직장에서는 중간 위치라 업무 강도도 적지 않다. 지인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건 비슷한 여건이라 공감되었는지도 모른다.


주변의 말과 행동에 쉽게 요동친다는 것은 쉼이 필요하다는 위험 신호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기에 가볍게 넘길 일도 불필요한 걱정 도미노로 이어진다. 부정성이 똬리를 틀면 확대되어 철벽방어라는 마음 벽까지 쌓게 된다. 먼지도 겹겹이 쌓이는 것처럼 부정적인 생각도 누적되어 몸과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멈추라는 신호를 무시하면 언젠가는 충돌사고가 일어난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대상을 보자

대화에도 타깃이 있어야 한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할수록 말을 듣는 위치보다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책임의 범위가 커지고 챙겨야 할 것들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화의 기본은 주고받음이다. 택견처럼 주고받음이 있을 때 지루하지 않고 대화가 유익하다. 일방통행처럼 전달하는 대화는 개선되어야 유연한 직장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매일 회의를 한 시간씩 하는 선배가 있었다. 5분 전달이면 될 얘기를 말을 하다가 꼬리를 물고 논점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야말로 회의마다 회의가 들었다. 말을 많이 할수록 강조한다는 생각이지만 논점이 흐려지고 상대를 지치게 만들기에 전달 효과가 떨어진다. 듣는 것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딴생각을 하게 된다.


한 명만 걸리라며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기보다는 타깃을 정조준하는 것이 스나이퍼인 것처럼 대화도 핵심을 전달하는 연습을 준비해야 한다. 대화할 때는 듣는 상대의 시간도 존중해주는 것이 배려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면 중언부언하게 된다. 특히 자기의 경험을 사례를 드는 것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 '라테'는 커피숍에서만 찾아야 한다. 과거를 자주 말하는 사람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 발전적이며 매력적이다. 과거의 좋았던 모습을 되새김질하며 그리워하는 것은  마치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모습과 같다. 현재의 연인과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나이 듦은 경험이 많이 쌓인 것이기에 과거에 대한 향수가 커질 수는 있다. 그러나 대화 시 자주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가면 상대는 같은 레퍼토리를 듣게 되는 지루함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하기보다 듣는 연습을 하자.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소통을 잘할 확률이 높다. 주로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말할 내용을 생각하고 하는 말에 취해있느라 상대의 대화를 집중할 여력이 그만큼 적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의 양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애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면 대상의 작은 변화도 살피게 된다. 엄마가 상대적으로 자녀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아이를 관찰하며 아이와 보낸 시간이 그만큼 많아서다. 아이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알고 있기에 예측이 가능하다.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기에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은 눈빛으로 일하는 곳이 아님을 잊지 않아야겠다. 표현을 하고, 확인을 하면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말을 하지 않는데 안다고  지레짐작하기에 갈등이 생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관찰] 말 한마디가 글감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