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Jun 22. 2021

[일상 관찰] 말 한마디가 글감이 됩니다.

예쁘게 말하는 것도 갈고닦는 결과다.

직장 동료에게 건강 잘 챙기라 건넨 말에 "네 뱃살이나 빼고 말하라"라고 돌아온 말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그러니까요"

"그래도 걱정되니 말했네요"

"제가 주제넘었네요"

"저도 못하면서 그런 말씀을 드렸네요"

"인제 말 안 할 겁니다."


답이 궁색하다. 상대는 가벼운 말에 거슬린 모양이다. 아님 컨디션이 별로였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평소 질병을 앓았던 사람에게는 건강 걱정은 오히려 부담될 수도 있겠다. 상대의 콤플렉스(예민함)에 대해 주의하지 않으면 관계가 급랭될 수도 있음을 폭풍 학습했다. 인사치레로 했던 말의 부메랑은 하루 종일 잔상으로 남았다.


다음에는 비슷한 말은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확장하면 그에게 말 붙이기가 조심스럽다. 대화는 상대가  이해될 자연스러워진다.  이면의 뉘앙스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경청 고수들은 상대 기분을 잘 헤아린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 상대의 의도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대화하니 화자는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 경청 123법칙이란 게 있다. 말하기 1분, 듣기 2분, 리엑션은 3번 이상 하라는 의미다. 입은 하나요, 귀가 둘이니 두배로 들어야 할 것이다. 직장생활 중에 유독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표정이 밝고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좋은 에너지를 전하기에 함께 있고 싶다. 분위기를 밝게 하기에 즐거운 직장생활의 자양분이 된다.


몇 년 전 스피치 강사님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말을 예쁘게 하는 비결을 물어보았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말을 다듬는 연습을 자주 한다."라며 노력의 산물임을 알려주었다.


수년 전에 아내에게 자주 듣는 말이 떠올랐다."당신은 기분 나쁘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라며 가끔 내뱉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생각 없이 툭 던지기, 비아냥 거리며 했던 말, 상대의 의도를 헤아리지 않기, 내 말만 하려 했던 좋지 않은 말습관의 결과물이었다. 정제하지 않는 말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은 평생해야 할 공부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낸다.


말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함을 다양한 책과 강연으로 알 수 있었다. 사용하는 단어를 몇 개만 바꾸어도 생각의 방향이 달라진다. 부정적인 단어는 가급적 줄이고, 긍정적인 단어를 의식하면 도움이 된다. 요즘 뉴스는 잘 보지 않는다. 부정적 내용이 많고, 자극적인 내용을 퍼뜨려야 장사되는 생존 정글에 호응 필요성을 못 느낀다. 좋은 생각, 좋은 경험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내가 건강해야 주변도 살피며 좀 더 여유로워진다.


오늘 하루 말을 차분히 하였는지, 실수는 없었는지 행동을 돌아본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고 사용하도록 의식했다. 알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조화로운 사람을 인격자라 부른다. 경험하면서, 개선하면서, 다듬어가면서 점점 나잇값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현실의 무게감을 감당하며 타인을 배려할 수 있을 때가 어른인지도 모른다. 어른되기 위한 인풋이 있어야 어른다운 아웃풋이 나온다. 결론은 예쁜 말도 애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단 하나의 단어일지라도 신체적, 감정적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 - 앤드루 뉴버그


뱃살을 빼라고 말했던 동료에게 아름다운 복수 하기로 맘먹었다.  뱃살이 걱정될 정도인 것은 팩트다. "네 뱃살이나 빼고 말하라"는 한마디 덕분에 일주일 만에 1킬로가 줄어들었다. 물론 뱃살이 빠진 채로 다시 건강 챙기라 말을 해도 들을지는 그 사람 몫이겠다. 직언 해준 동료가 없다면 독한 의지도 없었을 테니 어쨌든 고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관찰] 바다 풍경을 사진에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