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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ul 20. 2021

[시 감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문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데 울컥했습니다. 그동안 짊어졌던 짐의 무게로 은 굽었고 마음은 지쳤습니다. 그녀도 예쁜 이름이 있었습니다. 꿈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청춘이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15년을 살다 보니 엄마 자리가 늘 먼저였습니다. 그녀에게는 영화, 책, 산책, 여행, 건강관리도 사치일 때가 많았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6년 전 생일날 이름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집과 회사 밖에 모르는 그녀에게 자기 계발 모임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잃어버렸던 것을 하나둘 찾았습니다. 엄마도 배우고 성장해야 버틸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아내가 일기처럼 쓴 (21.6.)


25년 전 그녀는 첫눈에 미소도 좋았고 짙은 그림자도 보였다고 했습니다.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었다"라는 마음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늘이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부모 반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견디며 제가 공무원을 합격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습니다. 사랑하는 법과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도 배웠습니다. 나보다 나를 아꼈던 마음은 지금까지 변함없습니다. 그녀의 사랑에 이기적인 자아는 깎이고 차츰 둥글둥글 해졌습니다. 10년이 지나면서 사랑의 넓이를 알게 되었고, 20년이 지나자 깊은 심연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등불은 캄캄한 바다를 비추는 등대와도 같습니다. 이제는 상대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가족을 위해서도 건강을 챙기자고 약속합니다. 지친 아내에게 쉼을 주기 위해 이인삼각 경기를 뛰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이제껏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사랑을 돌려주어야겠습니다. 때론 좋은 친구로, 돕는 베필로, 연인으로 의지하며 걸어 가려합니다.


북한은 한국의 중2가 무서워 못 내려온다는 우스갯말이 있습니다. 사춘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절정시기라 그렇습니다. 감정과 이성은 변덕스럽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기에 어느 책 제목처럼 지랄과 사랑 사이에서 춤을 추는 때라고 합니다. 자존심이 유독 센 첫째 딸의 사춘기를 지켜보면서 아내의 감정도 자주 고갈됩니다. 한마디로, 아내는 지금 극한직업 체험 중입이다. 그러면서 자식은 분신이니 쉽게 분리가 안된다고 합니다. 엄마로서 짊어지는 몫이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애써 받아들입니다. 지난 몇 달간 아내의 정성이 첫째에게 전달되었는지 차츰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눈빛도 순해지고 예전처럼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10년 후에는 지금을 웃으며 얘기할 수 있겠지만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합니다. 먼저 겪으셨던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담담하게 이겨내는 중입니다.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평범하지 않는 일들을 통해 알게 됩니다.


https://youtu.be/MPzbTJN5w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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