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Aug 07. 2021

[일상 관찰] 가족 여행을 기록합니다.

1박 2일 동안 함께 나눈 기억들

본격적인 휴가시즌임에도 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습니다. 내와 고민 끝에 이동거리 1시간, 덜 붐비는 바닷가 정했습니다.  이용 시설은 가급적 피하면서 조용히 머물 곳을 찾았습니다.  곳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업무 형편상 휴가날짜를 정할 수 없어 박을 예약하지 못했습니다. 막상 쉬는 날이 다올수록 가족에게 미안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요. 2주 전 방문했던 동네 책방에서 에 있는 펜션이 괜찮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빈방이 있는지 혹시 하는 마음에 부탁드렸습니다. 취소된 방이 방금 나왔다며 바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책방 사장님이 일처럼 기뻐하셔서 감동이 배가 되었습니다.


여행 1일 차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아이들은 숙소가 기대 이상이라고 합니다. 마당에 작은 수영장 있고 공간은 넓고 깨끗했습니다. 테라스의 전망과 화장실에 월풀이 맘에 든 모양입니다. 일찍 도착한 이유로 가족 수영장이 되었습니다. 숨 오래 참기, 잠수하며 물건 찾기, 아이들 태우기, 물장구치며 맘껏 놀았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저와 놀아주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노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합니다. 사춘기 아이와 며칠 전까지도 온탕과 냉탕 사이 감정 소모가 많았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일까요. 여행이란 힘을 빌려 가족 간 소통하며 이해하싶었습니다. 사춘기 태풍을 겪은 분은 아실 테지만  변화에도 감사하게 됩니다. 평온한 일상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게 만듭니다. 쉬고 있을 때 아내가 넌지시 말합니다.


"당신이 아이들과 물장구칠 때 웃는 소리에 슬픔도 같이 배어 있었어요"


"놀아 줄 때도 한때니  후회하지 말라는 당신말이 생각나서"


"가 되는 것도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했어요"

  ......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과거로 소환될수록 회색빛 배경이 물밀듯이 떠올랐습니다.


여행 2일 차 '산책 그리고 사진'


처음 가 곳은 차분히 걸으 발바닥 느낌에 집중합니다. 감성 촉수를 세우며 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합니다. 걷다 보면 길이 열립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연이란 무대에 서있는 주인공이 됩니다. 가슴이 두근대는 만큼 간을 포착하려 하지만 사진에는 극히 일부만 표현니다.


함께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손을 잡고 있다는 것,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은 기적 중에 기적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손 끝에는 애틋함이 묻어 있습니다. 25년 숙성된 포도주처럼 우리 부부는 그렇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아내는 바닷 모기에 물리면서도 나에게 프로필 사진을 선물한다며 사진 찍기에 열중입니다. 뒷모습을 담고 있는 아내를 위해 마음속으로 임재범의 비상을 불러줍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중략) 이젠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 줄 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일출 그리고 발품


여행을 가면 먼저 잠부터 줄입니다. 석양과 일출을 담기 위해섭니다. 일출이 시작이라면 석양은 끝입니다. 그러나 석양은 다시 일출로 이어집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매일 새로움입니다. 하루라는 선물꾸러미에는 삶과 죽음의 모형이 있습니다. 눈을 뜨고, 감을 때 가슴에서 우러난 감사가 있다면 하루는 매일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 포트를 찾습니다. 부지런함과 발품을 파는 노력에는 자연도 가끔씩 속살을 비칩니다. 

어느 순간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이런 말까지 하고 있었다. “멋진 인생을 살아라." 사진론이 인생론이 된 것이다. 긴 시간을 돌아와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가 사진이라는 예술을 통해서 느끼는 아름다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항상 사진은 세상의 숨겨진 진실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라 말해왔다.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그 본령이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 남들이 보지 못한 순간을 담는 '발견의 미'가 주는 충격이 사진의 본질이다.

 <심미안 수업> p235 중에서

독서, 필사 그리고 가족 선물


새벽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입니다. 독서와 성경필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리추얼이 되어서 안 하면 왠지 찜찜합니다. 매일 운동하지 않으면 다음날 몸이 아는 것처럼 머리와 마음 단련은 쉬지 않습니다. 노력 않으면서 어제의 나와 다르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입니다. 가벼운 운동을 하며 활력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여행 오기 전에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가족마다 필요한 것을 상자에 담았습니다. 여유를 더 가지라는 의미로 아내에게는 필사 시집과 요리 타이머를, 아이에게꿈에 도움 될 책, 플래너, 학용품 등을 넣었습니다. 선물을 고를 때부터 주는 순간까지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각자의 삶 속에 작은 선물이 나비효과로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얻는 값진 경험


동네 서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꿈을 키우는데 결코 지 않습니다.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귀농 경험을 듣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10년 내에 전원주택에 나누며 살고 싶다는 목표를 전해서였습니다.


책방 주인은 집을 짓는 재료, 직영과 의뢰 장단점, 마당 가꾸는 요령, 전기와 수도는 곳곳 설치, 적절한 평수는 250평 내외, 외관보다 단열에 신경, 차(음료) 팔 때 주의할 점 등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 주셨습니다. "덜 고생하라"는 당부와 귀농은 이상이 아닌 현실임을 잊지말라는 당부도 하셨습니다.


책을 진정 사랑하는 분을 알게 된 것이 여행의 또다른 소득입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가족 모두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여행에서는 집을, 집에서는 여행을 그리워하는 엇박자 에 살고 있지만 여행은 삶의 리듬을 조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친구임은 틀림없습니다.


가족끼리 열띤 토론, 변해야 하는 건 '우리'


집으로 돌아와 스마트폰의  장단점에 대해 가감 없이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지나친 사용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과 중독을 걱정하는 마음을 아이들이 좀 더 헤아리게 되었습니다.'야자타임'에서는 아이들이 평소 서운했던 얘기를 폭풍 수다로 쏟아내었습니다.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아이들의 열린 마음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아이로만 대했는데 부쩍 자라난 모습을 더 살피겠다"는 선에서 타협하며 마무리했습니다. 여행의 효과를 마지막까지 누렸습니다. 1박 2일 동안 '소통과 이해'를 콘셉트로 역할분담을 했던 아내와 눈 맞춤하며

 "변해야 하는 건 우리였어"라며 미소 짓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관찰] 순간순간 자연과 접속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