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쓴 보물상자(노트)가 가득 채워졌습니다. 성경 잠언과 시편을 필사하며 묵상했습니다. 하루에 한 장이지만 몇 년이 쌓여 여러권의 노트는 내게 보물이 되었습니다. 필사도 독서처럼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지만 처음엔 하다말다를 반복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결국 습관이 되었습니다.
필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평소 아내로부터 들떠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입니다. 매사 차분하지 못하다는 말도 상처가 되었습니다. 저는 안 해 본 것에 대해 유독 불안을 크게 느끼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마음을 수련한다는 생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책 문장을 옮겨 적다가 성경 필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4년이 지났습니다. 요즘 아내에게서 더 이상 '"들떠있다" 거나 "차분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성경을 읽는 것보다는 읊조리는 게 낫고 읊조리는 것보다 손으로 쓰는 게 나았습니다. 하루 1440분 동안 10분은 채 1%도 되지 않습니다. 나를 아낀다고 다짐하면서도 하루 10분을 나를 위해 쓰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늦게 자는 생활부터 바꾸었습니다. 아침 시간을 좀 더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침 시간 1시간은 오후 시간 3시간보다 생산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아침 시간은 온전히 나의 성장과 하루를 준비하는 예열의 시간으로 보냅니다.
꾸준함이 쌓일수록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임계량이 지난 경험과 노력은 씨줄과 날줄로 어느 순간 영향력으로 나타납니다. 내가 경험한 것,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내 것이기 때문입니다.
힘들어하는 지인들에게 필사 효과를 전하기도 합니다. 방황하는 크리스천에게는 성경 필사를 권하는 편입니다. 몇 달 후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는 것과 해본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꾸준히 해보면 비로소 알게 됩니다. 평소 자주 불안하거나 들뜬다는 분들에게 필사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짜증을 자주 냈던 때, 즉흥적으로 했던 행동들,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필사 후에 아내와 다툼도 줄어들었습니다. 필사는 손으로 하는 자기 수양입니다. 쓰는 동안 쓰는 행위에 집중하게 됩니다. 분량에 따라 3분, 어떤 날은 30분 이상을 쓰기도 합니다. 짧은 날에는 여백을 기도하며 채웁니다.
책을 읽고 밑줄 그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도 좋습니다. 밑줄 친 문장이 많을 경우는 다시 읽어보며 문장을 줄여 10개 내외 문장을 옮깁니다. 옮긴 문장은 글을 쓸 때나 사진 이미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기는 배우고 연습하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습니다. 평소 생각하는 힘을 키우지 않고잘 살려고만 합니다. 그러기에 배움에 부지런해야 합니다. 읽고, 쓰고, 말하고 나눌수록 지식은 지혜가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