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트, 독서, 어학공부, 자격증 취득, 금연, 금주 등이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간다. 작년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건강, 자기 계발, 업무, 관계분야로 나누어 세부 목표를 기록했다.
매년 50권 책 읽기는 단골 메뉴였다. 매주 한 권씩 읽어야 가능한 목표로 1월은 기세 등등하여 순조롭다. 2월부터는 차츰 의욕도 떨어지고, 업무 부담에 짓눌려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버겁다. 상황에 따라서는 책 읽기는 언감생심, 오히려 잠자는 것이 간절한 때도 많다. 책을 놓지는 않았지만 달팽이 걸음 같은서글픈 현실에 우울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매월 평균 2권 남짓 읽었다.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이 10권이니 2배 이상은 읽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1년 50권 읽기는 달성하지 못했다. 접근 방법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독서습관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왠지 쑥스러웠다.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이라고 한다.
습관을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다룬 연구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09년 <유럽 사회심리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기까지 평균 66일이라고 한다. 반복을 통해 스스로 원하는 신경 경로를 만들고 그것이 강화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독서습관을 만들려면 2달 이상 매일 꾸준히 책을 읽어야 했다.
하루를 돌아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습관들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먹고, 입고, 마시고, 운전하고, 일하고, 운동하고, 도움을 주고받고 잠들기 전까지 저마다 익숙한 방식으로 행동하며 생활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42%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며 좋은 습관을 강조했다.
그럼 독서가들은 어떻게 책을 읽을까가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임원화 작가가 쓴 <하루 10분, 독서의 힘>이라는 책을 만났다. 캄캄한 터널 속 한줄기 빛을 본 것처럼 큰 도움을 받았다. 대학병원 간호사였던 저자는 고된 직장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루 10분 몰입 독서를 꾸준히 실천하여 ‘끌려가는’ 인생이 아닌 ‘끌어가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며 “책을 통해 꿈을 디자인하라”라는 메시지는 짧고 강렬했다.
독서 관련 책을 읽고 내게 적용할 것들을 찾았다.
왜 독서습관을 만드는데 실패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가하고 여유 있을 때, 시간을 정해서 하는 책 읽기다 보니 평일에는 어려웠다. 주말에 책을 읽어야 했지만 밀린 집안 일과 아이들이 어려서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상은 책 읽는 시간보다 달콤한 유혹들에 타협하면서 미루기를 반복하는 데 있었다. 여타의 욕구는 독서욕구를 쉽게 이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밑줄 친 부분을 몇 시간씩 옮기며 책에 대한 생각을 담금질했다. 기초체력과 전략도 없는 채 무작정 마라톤을 완주하겠다고 뛰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패했던 이유를 성찰한 후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았다. 하루 동안 작은 시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고정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저녁 10시 이후 퇴근할 때가 많아 피곤한 상태로는 책 읽기가 어려웠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읽었다.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10분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아침에는 긍정과 힘을 주는 에세이를, 점심시간은 주로 정독에 적합한 책을 읽었다. 가방에는 자투리 시간을 대비해 항상 2권을 담고 다녔다. 매일 책을 조금씩 읽게 되자 독서 근육이 생겨 자신감도 향상되었다. 자연스럽게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는 습관으로 세팅되었다.
때론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책을 읽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급한 일들이 수시로 끼어들어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밀린 숙제처럼 쌓이기도 했다. 잠은 부족하고 피로 누적으로 생체리듬이 깨지는 날도 잦았다. 주말에도 출근하니 아내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다. 건강 적신호가 하나 둘 켜짐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해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도 있었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하게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프로’는 자신만의 페이스로 컨디션을 유지하며 힘을 써야 할 때와 휴식을 취할 때를 정확히 구분한다. 몸의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태도다. 건강을 돌보지 못한 채 격무에 시달리다 결국 직장이란 장거리 마라톤에서 이탈하게 되는 상황들도 주변에서 보게 되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의 법칙’(1:29:300)이 건강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라면 책 읽기를 잠시 멈추는 것도 필요하다. 의지, 목표, 열정이라는 강력한 우군도 피곤, 짜증, 스트레스라는 막강한 적군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그러기에 먼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끔 내 수준보다 높은 책들은 앞 쪽 부분만 반복해서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인터넷을 통해 책에 대한 배경지식과 줄거리를 먼저 습득한 후 책을 읽는 요령도 생겼다. 책을 읽은 후에는 독서인들의 유튜브, 독서 서평을 비교해가며 미처 몰랐던 부분을 배워가며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다가 페달을 밟지 않는 순간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처럼 책이라는 페달을 꾸준히 밟지 않으면 독서습관이라는 언덕에 결코 이를 수 없음을 배웠다. 읽지 않는 기간만큼 독서 습관은 까마득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서는 전날 무리하지 않고 일찍 자는 것이 최선이다. 늦게 자면서 일찍 일어나려고 하니 몸이 거부하여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다. 독서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의 생활패턴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식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고 꾸준히 책을 읽는 것이 독서습관의 고갱이라 생각한다.
어떤 결심이나 목표가 실패하는 이유는 욕심은 크고,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실행하는 능력은 부족하면서, 스스로 그럴 수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목표를 이루기까지 시간과 노력의 무게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습관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방해꾼들을 이겨내고 매일 읽는 사람은 드물다.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매일 급한 일은 발생하고, 예기치 않는 다양한 상황들도 생겨서다. 일어나서 먼저 책을 읽는 것이 좋은 이유다.
독서습관도 왕도가 없었다. 꾸준히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른 사람에게 적합한 방식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지름길도 없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된다. 우선 시작을 해야 시행착오도 가능하다. 하루 10분 책 읽기라는 작은 걸음부터 우선 내디뎌 보자.
“단 하루를 살더라도 가슴 뛰는 삶을 살자. 그 과정을 함께 할 한 권의 책을 지금 당장 손에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