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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미7]독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배운 것

작은 행동도 꾸준히 하면 큰 힘을 발휘한다.

by 모티

<말보다 꽃>

- 타고르 -

나무에게 말했네

신을 보여 달라고

그러자 나무는 말없이 웃으며

꽃을 활짝 피어 냈다네

사람들이 말했네

신이 있다면 보여달라고

그러나 나는 많은 말을 할 뿐

꽃 하나 피우지 못했네

많은 말보다 꽃 피운 삶이기를

많은 일보다 꽃 가꾼 삶이기를

많은 돈보다 꽃 나눈 삶이기를

그래 그렇게 꽃내음을 날리며 살래

꽃 한 송이 피우며 살래


유용한 자료를 조금씩 모으면 큰 힘을 발휘한다


공무원의 정기인사는 일반적으로 1년에 2번이다. 반기로 나누어 승진 및 전보인사로 근무 부서를 옮기게 된다.

행정직렬은 평균 1년 반씩 업무를 맡는다. 인사이동 때마다 종이 한 장(사령장)에 따라 만나고 헤어짐의 숙명 속에서 살아간다.


2018년 1월에 신설부서로 가게 되었다. 업무 특성상 언론을 뒤 살피는 일, 정부 정책 및 타 시도 동향을 접하게 되었다. 매일 전달되는 정부 동향은 정책 변화와 유용한 정보였다. 그중 1~2페이지로 요약된 각종 정보들은 활용가치가 높았다. 자기 계발, 비즈니스 전략, 신간 소개, 조직문화, 갈등 극복, 시간관리, 건강상식 등으로 종합비타민처럼 부족한 상식을 채워주었다. 업무에 활용하려 모아둔 자료가 독서 커뮤니티 운영 창고(종잣돈)가 될 줄을 몰랐다.


2015년부터는 전국 행정망을 이용한 협업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었다. 크게는 정부 부처 중심으로 관련 분야 공무원들이, 작게는 지방 자치단체의 협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평소 독서에 관심이 있던 터라 책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보았다. 지역 소모임 형태로 일부가 운영 중이었다. “책을 나누는 공간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장자 -

“한번 운영해 볼까. 운영한다면 어떻게 할까” 스스로 질문하며 운영 방향을 고민했다. '독서습관 만들기 '와 책 정보 교환'이라는 목표를 정했다. 부담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랑방 쉼터’로 기획하였다. 그렇게 작은 ‘다독다독호'가 2018년 7월 말에 책바다로 출항하였다.


처음에는 책 소개와 모아 둔 자료들을 올리며 1주일에 2번 정도 관리했다. 가입하는 분들에게는 감사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도록 회원수가 30명을 넘지 못했다. 가입 이후로도 꾸준히 방문하는 회원도 드물었다. “운영을 계속해야 할까 말까?”라는 기로에 있었다. 진단부터 해야 했다. 반응이 좋았던 몇몇 글들을 제외하면 자료를 올려도 소수만이 클릭하는 상태였다. 외면적으로는 전국 공무원이 이용하는 행정망임에도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검색해서만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내면적으로는 콘텐츠가 단순하여 흡입 요인이 적었다. “가입해서도 바쁘고, 커뮤니티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는 분들도 있었다. 진단을 하였으니 처방도 달라야 했다. 먼저 내가 읽은 책에서 공무원들이 읽어야 할 책으로 바꾸었다. 책 소개도 핵심 정보 위주로 간략하게 했다. 유용한 정보도 실무에 바로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게시했다. 시를 소개하고, 나누고 싶은 문장은 사진과 함께 올리기도 하였다. 커뮤니티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 가끔은 가뭄의 단비 같은 '팀원과 나누는 분', '위로받았다는 분', '좋은 책 소개에 대한 감사', '자주는 못 오지만 도움을 받고 있다는 분' 들의 메일을 받을 때면 희미해져 가는 목적지를 다시 일깨워주는 내비게이션처럼 핸들을 꽉 움켜쥐게 했다.

TO. 다독 회원님께

한분 한분 책연(책으로 맺어진 인연)이 고맙습니다.‘다독다독’의 출발점은 ‘왜 독서 관련 커뮤니티는 없을까?’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 분씩 가입하셔서 '다독다독' 회원이 100명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몇 분들이 가끔 방문하지만 ‘적토성산’처럼 많은 분들이 쉴 수 있는 동산 같은 커뮤니티를 꿈꿉니다. 독서는 중요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시간이 남을 때 가끔 책을 읽기를 몇 년 동안 하면서 삶 또한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독다독은 ‘함께하는 독서’, ‘생산하는 독서’, ‘성장하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독서습관을 만들고 서로 책을 나눈다면 편독도 줄어들고 다름의 다양성도 존중될 것입니다. ‘다독다독’ 콘텐츠 및 운영 부분에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의견을 모아가면서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회원님들의 작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풍요로운 일상, 멋진 성장 그리고 아름다운 나눔을 응원드립니다. 사람 그리고 사랑.


커뮤니티 메인 화면을 보며 궁금한 점이 생겼다. 메인 화면에 이용 순위가 있는 것이다. 1위부터 5위까지는 1,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곳이었다. 특정 업무에 대한 정보 공유와 자료 제출이 활발한 곳으로 넘사벽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다”이란 마음으로 온 나라 커뮤니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메인화면에 올라갈 수 있는 커뮤니티의 조건에 대해 물어보았다. "게시 글, 답글, 회원 수 등의 점수가 쌓여 마일리지 형태로 운영되며 한 달 동안 상위권에 노출되면 점수가 쌓여도 3개월 동안은 제한된다"는 핵심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래. 우선 10위권 내에 들어가도록 해보자” 콘텐츠 게시물과 답글에 좀 더 신경을 썼다. 책을 가까이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일의 무게에 짓눌리는 회원이 많았기에 커뮤니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몇 년 전이다.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때가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긴장하며 뛰어다니다 보면 지치고 고단한 하루가 지나갔다. 직급이 낮을수록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선배들의 기계적인 업무를 보조하거나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 일이 훨씬 많아서다. 쓸 에너지는 한정되어 무리하다 보면 탈이 나게 된다. 일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불안하고 주변 동료들도 여유가 없으니 혼자 끙끙 앓기가 다반사다. 시간은 내 편이 아니고, 끝내야 하는 압박감은 새벽까지 사무실에 있도록 만든다. 급속 충전기를 자주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듯 막고 품는 일처리는 임기 응변술은 어느 정도 통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실력을 쌓아 가며 성장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 당시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책을 통해 위로받고 헤쳐나가는 힘을 얻었던 기억은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는 '나눔 성장통'이었다.


“큰 아이디어는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만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 때로는 대단한 기술과 개인의 근성이 필요했고, 때로는 순전히 운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세상을 바꿔놓은 획기적 아이디어는 천재와 우연이 결합할 때 탄생한다”-론샷 중-

커뮤니티 이용 실적 1위! 회원 600명 돌파


커뮤니티에 자료를 올리기 위해 주말 동안 소개할 책 정리와 나눌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았다. 10위권 내 진입이라는 목표를 위해 매일 조금씩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었다. 화단을 가꾸어 본 사람은 안다. 꽃도 관심과 돌봄에 따라 빛깔이 다르다. 자주 살피는 다독다독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10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꾸준함이 답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작은 행동이라도 꾸준히 하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한 달간 꽃을 가꾸듯 매일 들여다보았다. 마치 햇빛의 방향을 바꾸고, 통풍을 해주며, 물의 양도 조절해 주는 것처럼.

10, 9, 8........... 1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2019년 11월 한 달 동안 메인화면 1위에 링크되었다. 혼자 관리하며 '책'이라는 평범한 콘텐츠로 이룬 값진 성과였다. 빨리 집에 가기 위해 '구구단 거꾸로 외우기' 1등을 했던 기억이 전부였기에.


2년 동안 경험하면서 체득하였다. 커뮤니티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6개월가량 운영한 후 문제점을 파악했다. 회원들이 입장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책 소개 내용은 줄이고, 업무 활용, 자기 계발, 위로와 쉼을 나눌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하여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관심과 애정을 쏟고 꾸준히 하다 보면 임계량이 넘는다는 사실도 배웠다. 운영자로서 받은 큰 선물이었다. 규모가 커지면서 혼자 운영하는데 어려움도 따른다. 회원 100명 13개월, 200명은 15개월이 걸렸다. 1위로 링크된 지 한 달 만에 300명이 넘었다. ‘메인화면 광고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한 달간 썼던 왕관을 벗었음에도 회원들이 꾸준히 방문하여 600명이 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척박한 땅을 일구는 데는 20개월이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함께 ‘책씨’를 뿌려줄 동료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이 참여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2021년 3월말 900명 돌파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로 물들면

결국은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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