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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글쓰기가 되면서 변화되는 것들

글을 쓰면서 관계도 회복되고 있습니다.

by 모티
Photo by Jan Kahanek /Unsplash

2012년부터 카카오스토리로 읽은 책 소개, 일상 풍경, 생활 단상들을 담았습니다. 독서습관이 생기자 막연하게나마 글을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카스는 이미지와 영상에는 장점이 있지만 글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갈급함이 있던 차에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찾던 글쓰는 플랫폼이었습니다. 그즈음 독서모임 회원중에 등단한 분에게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세요. 상처 입은 모습도 써보도록 해보세요."

내 얘기를 써보라는 말, 2달쯤 지나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온갖 것을 쏟아내듯 무작정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내면 목소리에 처음으로 귀를 기울였던 때로 기억합니다. 내면 아이의 울부짖음, 내 안의 생소한 모습들 조우하였습니다. 유년기, 중고등, 대학교까지 그동안 주요 장면들이 하나둘씩 떠올랐습니다. 힘들었던 순간은 선명했지만, 좋았던 기억은 희미했습니다. 쏟아낸 글을 보니 '괜찮은 척'하며 살아왔던 지난 시절이 안쓰러웠습니다.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멈추지 않는 눈물, 아내는 무슨 일이냐며 걱정했습니다.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후련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이었습니다. 그이후 몇 편의 글을 써 브런치에 응모했습니다.


Photo by Nghia Le/Unsplash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인색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서운함이 많습니다. 아버지는 정치, 사회 활동 등 밖엣일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가정 경제와 대소사는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1980년대에 시골에서 드물게 직장생활을 하셨습니다. 조부모 봉양, 농삿일, 종손 며느리, 자녀 양육하느라 쉴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아버지와의 추억이 적습니다. 아버지가 훈계할 때도 어린 마음이지만 반항하면서 아버지께 따지기도 했습니다.


"아빠도 엄마한테 먼저 잘해주세요",

"엄마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버릇없는 외침은 아버지 심기를 건드렸고 싹아지 없는 놈이라며 더 맞았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그리워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관계 서툼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려하지 못하고 내 입장을 내세우니 친구들과 자주 부딪혔습니다. 인정 욕구 많은 아이, 활발했던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어릴적 짙은 상처는 지금 기억으로 덧칠하려 해도 떠오르는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아버지도 그럴만하셨겠지지만 여전히 가깝고도 먼 당신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셨습니다. 설상가상, 얼마 후 자녀들을 책임져야 할 할아버지도 재혼하습니다. 조부모 밑에서 어린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당신은 실질적 가장셨습니다. 고등학생 때 5명의 동생들을 짊어지기는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당신 꿈보다 동생들을 먼저 챙겨야 하는 인생을 사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아이가 아팠을 때 부모님이 더 떠오릅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이렇게 키우셨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화를 드립니다. 지식은 내 경험에서 체화될 때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배우게 됩니다. 그러기에 경험과 깨달음이 나를 성장시키는 큰 스승이라 여깁니다.

Photo by fotografierende/Unsplash

최근 몇 달 동안 부모님께 전화를 더 자주 드렸습니다. 질풍노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첫째 사춘기 덕에 온 가족의 우선순위가 아이 살핌이 되었습니다. 이제 부모가 돼간다며 아내에게 애써 미소를 짓곤 합니다.


"아버지도 부모님께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삶을 사셨어. 아버지도 불쌍한 분이셨어." 비로소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인가 해야만 인정하는 분, 둘째 아이의 기질을 지금도 잘 모르시는 분, 어릴 적 일부 기억만 끄집어내며 얘기하시는 분, 장손이라는 무게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셨던 아버지. 사랑받는 법, 사랑 주는 법도 배우지 못해서 표현이 서툰 분입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내 아버지임을 떠올립니다.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아버지 건강하시죠. 그냥 전화드렸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히 잘 지냅니다. 요즘은 매일 출퇴근하지 않습니다. 첫째도 사춘기를 슬기롭게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관계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상대의 입장도 더 헤아리게 됩니다. 내 기분과 감정, 내 안의 생각들과 마주하며 묻곤 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지금 기분이 별로인 이유는 뭐야",

"조금 더 이해할 순 없을까"


이런 물음은 불편한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마음에 두기보다는 표현하여 접점을 찾고 양해를 구하는 일도 늘었습니다. 좀 더 솔직해진다고 할까요. 평소 사람 관계가 서툴러서 고민이신 분은 자신에 관한 글을 써보라고 권해 드립니다. 서툰 글을 채울수록 모난 생각과 ~체하던 행동이 조금씩 다듬어집니다. 글을 쓰는 효과 중 불편한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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