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수많은 끝과 시작을 담기에 충분해서 지난주, 지난해, 혹은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푸름이 밀려온다. p16>
지금까지 인생을 책으로 쓴다면 10대는 '하고 싶은 것만 하기 ', 20대는 '방황과 자유', 30대는 '결혼과 가정' 그리고 '좌충우돌 직장생활', 40대는 '책과 배움'과 '관계와 성장'이란 주제로 글을 채울 듯합니다. '결핍', '후회', '자존', '아픔', '실패', '책', '관계', '음악' 이란 키워드에 사랑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성장 스토리가 될 듯합니다. 자존감이 낮아 힘든 시기, 내면 아이와 대면, 몇 년마다 성장통, 이상과 현실의 괴리, 실력 쌓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들이 굴곡진 이야기로 그려지겠지요.
채워지지 않는 남은 인생 페이지는 앞으로 어떤 목차로 써 내려갈지 기대가 됩니다. 2년 전 버킷리스트를 쓰며 상상했던 일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가려면 과거를 잘 보내야만 합니다. 세월이 흘러 바람에 풍화되는 바위처럼, 조금씩 성장에 비례하여 상처도 빛바래져 갔습니다.
1988년 미국의 엘로스톤 국립공원에 큰 산불이 났습니다. 46만 평 이상을 태운 엄청난 산불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숲은 불쏘시개가 될만한 죽은 나무와 마른 나뭇잎들이 축적되었고 나무들 사이가 빽빽했습니다. 숲의 임계 상태가 넘어서자 자연발화로 산불이 난 것입니다.생명이 다 죽어갈 때 불길이 닿기만을 오래도록 기다려온 나무가 있었습니다. 로지풀 소나무 솔방울은 평상시는 발아하지 않습니다.산불이나 고온에서만 발아하는 독특한 나무입니다. 산불이 난 이후 번식에 유리한 토양을 이용하는 자연의신비로움입니다.
2013년 8월 마음의 산불이 크게 나고서야 내게도 로지풀 소나무처럼 성장의 씨앗이 있음을 믿었습니다. 씨앗들을 뿌리기 위해서는 마음밭을 갈아엎었야만 했습니다. 익숙한 것, 잘못된 습관을 끊어내려 할수록 나를 조정했던 부정적인 자아와 싸웠습니다. 의지로만 되지 않는 나약함에 몇 번이고 무너졌습니다. 우거진 덤불과 정리되지 않는 뿌리 깊은 잡목들을 뽑아내는 노력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생각만으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씨를뿌리지 않으면 열매를 거둘 수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 목표를 위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운명처럼 만난 몇 권의 책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책에 매달렸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임원화 작가의 <하루 10분 독서의 힘>, 김화동 작가의 <딸에게 힘이 되는 직장생활 안내서>, 신정철 작가의 <메모 습관의 힘>, 유근용 작가의 <일독 일행 독서법>, 로버트 마우어의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을 읽으며 밑줄 그은 문장들을 마음에 새기며필사했습니다. 반복해서 읽으며 다잡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넘어졌던 기억에서 자유롭고 싶었기때문입니다. 남을 의식하는 삶보다 나를 위한 삶을 찾고 싶었습니다. 성경필사와 걷기를 하며 마음공부도 쉬지 않았습니다. 먼저 나를 사랑해야 했습니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습니다. 본청에서 직속기관으로 발령이나 집에서 출퇴근하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독서모임 참여, 틈틈이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운영을 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교류하였습니다. 독서인들의 책에 대한 관심과 삶의 자세는 귀중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들의 삶을 닮고 싶어 읽고 쓰기에 매진했습니다.
2020년 상반기 장기 교육을 통해 그동안 삶과 직장생활을 돌아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무시했던 지난 모습도 반성했습니다. 자중자애하는 마음을 얻기 위해 의식적으로 이완하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합니다. 삶에 의미와 가치를 두면서 달라진 변화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였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을 위해 내 인생을 허비하지 않도록 살려합니다. 끌려가는 삶에서 끌어가는 삶으로, 소비적인 삶에서 생산적으로 삶을 위해 전진하는 중입니다. '겸손하게 성장하여 나눔 있는 삶'을 위한 인생 책의 저자로서 오늘도 나를 사랑하면서 살아갑니다.'외상 후 성장'이란 말도 있습니다. 고난 뒤에 회복을 넘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살아남았을 때, 당신은 당신이 견딜 수 있는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살아남았다. 그 사실을 잊지 마라. 경험의 가치를 폄하하지 마라. <푸름이 밀려온다, 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