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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미] 책 읽는 공무원이 미래를 바꾼다.

필기구 정리로 얻는 깨달음

by 모티

처음 하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방법과 요령이 없어서다. 잘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다. 큰 흐름을 파악하고 시행착오를 줄여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선배들은 한결같이 분류를 잘할 것을 말한다. 일정한 기준으로 나누어 관리하면 활용하기가 쉬워서다. 기획력이 뛰어난 한 선배는 "중분류와 소분류, 즉 그룹핑만 잘해도 보고서의 품질이 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분류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는 가운데 종류가 같은 것끼리 모아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동물 전체를 놓은 것보다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처럼 같은 종끼리 묶어서 살펴보면 이해가 훨씬 쉽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방대한 양의 도서는 대분류는 십진 분류로 나뉘고 중분류와 소분류로 구분되어 관리되고 있다.


분류를 잘하면 전체를 빠짐없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기억하기도 한결 쉽다. 또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경험이나 지식을 필요에 따라 복잡한 상황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주변을 보면 정리 안 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보기에 답답하지 않을 정도의 정리는 타인의 정신 건강에도 좋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찾기 쉽고, 활용하기 쉽도록 관리를 한다. 정리하는 것은 번거롭지만 자료와 물건을 찾는데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자료와 각종 파일을 관리하는 것을 보면 업무 하는 스타일을 일부 짐작할 수 있다. 대충 관리하는 사람은 자료와 물건을 찾느라 허둥지둥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덜렁대는 걸 반복하는 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기는 부담스럽다.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일이나 인생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중략)
그것은 자신의 삶 전체에 분명한 목표나 세심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 중>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자료를 구분하면 업무를 하는데 유용하다. 컴퓨터 자료 정리도 대중소로 분류하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된다. 그래야 일을 하는데 효율이 높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자주 실수하는 사람은 신뢰받기 힘들다.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제점과 개선점을 기록해야 한다. 시작 단계부터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자세라면 상사들은 중요한 일도 믿고 맡기게 된다.


일을 마칠 때마다 정리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학창 시절 활용했던 오답노트처럼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후임자가 알 수 있도록 정리해 두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일이 된다.

한 달만 되면 필통에 온갖 볼펜, 형광펜들이 수북이 쌓인다. 자주 쓰는 필기구는 얼마 되지 않는데도 이것저것 넣다 보니 그렇다. 필통만 그럴까? 각종 자료, 보고서, 보지 않는 책들을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게으른 욕심으로 쌓아두었다. 쌓인 높이만큼 마음은 무거웠다.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 필통 정리를 한다. 비록 몇 분이지만 정리하다 보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먼저 내용물을 쏟아놓고 종류와 색깔별로 구분한다. 그리고 최근 사용하는 것만 다시 필통에 넣는다. 나머지는 서랍에 보관하거나 공동 문구함에 넣어 둔다.

"사람이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방법은,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실행할 때 진정한 변화가 생긴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물건에 대한 사랑이 회복된다. 그러면 그 물건과 관계된 일과 삶에 대한 사랑도 자연스레 회복되는 것이다."<하루 15분 정리의 힘 중>

그동안 비우는 것도 의식하면서 해야 할 정도로 채우는데 익숙하게 살았다. 필기구 정리는 어쩌면 채움보다는 비움을, 욕심보다는 나눔을 연습하는 작은 수행일지도 모른다.


가끔씩 삶도 분류하고 정리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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