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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Sep 19. 2021

[시 감상] 조용한 일

시가 주는 위로가 빛나는 밤입니다.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 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1 유난히 긴 날


힘든 때하늘을 쳐다보곤 합니다. 하늘을 잠시 보는 여유조차 없다면 나에게 참 미안해서입니다. 맑은 날, 흐린 날이 있듯 마음 날씨도 변화무쌍입니다. 하늘을 보며 툴툴 털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합니다.


늦은 밤 아내는 짧은 통화에 미세한 감정 변화를 잘 헤아립니다. 감당하기 버거운 일에는 시간을 두자고 하면서도 맘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 때 시 한 편이 주는 위로는 특별합니다. <조용한 일>이 주는 다독임에 울컥해지는 밤입니다. 아내에게 시를 전하니 화답해줍니다.


"혼자 잘난 게 아니라 상처에 무뎌진 것뿐이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그저 견딜만하다는 거다."


많은 민원을 상대하다 보니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얼굴이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심은 보이지 않고 감춰진 의도만 보이면 힘이 팔립니다.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키는 것은 조건적 관계입니다. 권위의 무게는 존중하되 적당한 거리가 답이라는 씁쓸함만 남습니다.



#2. 독서커뮤니티 '다독다독'을 운영하면서


기다림의 꽃이 피고 있습니다. 3년 전 시작했던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회원들의 직장에서 다양한 독서 커뮤니티로 새롭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직접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운영자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는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갑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책 사랑 씨앗을 전파하는 일은 부담되면서도 보람된 일입니다. "내 경험, 읽은 책을 나누면 누군가는 도움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던 '다독다독'이 1200명이 넘는 공무원 독서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밀린 숙제처럼 짬을 내어 꾸역꾸역 업로드했습니다. 스스로 약속했기에 책임의 무게는 적지 않습니다. 집에서 가꾸는 식물처럼 커뮤니티도 관심과 애정을 주어야 함을 알았습니다. 건강한 커뮤니티는 책이라는 햇빛, 시와 칼럼이라는 양분, 다양한 정보라는 바람, 독서소모임이라는 물이 필요했습니다. 커뮤니티가 기지개를 켜자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공동 운영자로 네 분을 모셨습니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이기에 시공간을 초월한 끈끈함이 생겼습니다. 줌으로 번개모임, 매월 정모를 하며 좋은 자극을 나눕니다.


가끔 메일로 힘듦을 토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도 아팠습니다. 많이 힘드시죠" 전에 써둔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경험, 궤도 이탈의 아픔, 극복했던 글을 공유하며 응원을 드렸습니다. 번아웃 극복기, 독서 실패 과정, 아픈 자아 대면, 타인을 위한 삶, 불량 아빠의 모습까지 고민에 따라 처방글을 드렸습니다. 마음에 안개가 잔뜩 낀 분들이라 도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끝맺음에는 안정과 휴식이 최고라며 잠시 멈춤을 권한다며 답장을 보냈습니다. 고맙다며 연락이 오신 분, 몇 달 후 다시 글을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잘 이겨내면 오히려 제가 뿌듯해집니다. 누군가의 공감이 큰 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뀐 계기는 기승전책입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느린 만큼 힘든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은 커진 듯합니다. 꾸준함이 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실천 다짐을 한달만 해보면 알게 됩니다. 하루 10분 투자하는 일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3달을 하면 습관이 됩니다. 몇 년동안 하나의 실패에는 하나의 습관으로 만회하였습니다. 실패의 경험으로 삶의 정수를 배우는 중입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여덟단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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