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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채근담 속 문장들

자연 속에서 문장을 사색합니다.

by 모티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양보하여 다른 사람 먼저 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조금 덜어 다른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라. 바로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 중의 하나이다. <채근담 13>


평소와는 다르게 산길을 반대쪽부터 걸었습니다. 익숙한 길도 반대로 걸으니 낯설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숲에서 느끼는 청량감은 일상에 찌든 때를 씻기에 충분합니다. 사각거리는 바람소리, 가을을 노래하는 벌레와 눈 맞춤을 원하는 들꽃까지 나의 걸음걸이를 응원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뛰어난 행동이니, 물러나는 것이 곧 나아가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할 때에는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실로 자신을 이롭게 하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채근담 17>


선인들의 말씀의 깊이는 곱씹을수록 대단해집니다. 문장을 곱씹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글을 읽고 부끄러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며 지혜의 가르침을 내재화하도록 노력합니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담는 양이 다르듯 사람마다 인격의 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배우고, 익히며 성찰하는데 힘씁니다.



"근심하고 부지런히 힘씀은 훌륭한 덕행이나, 과도하게 있는 힘을 다하면 마음을 즐겁고 상쾌하게 할 수 없다. 담박한 삶은 고매한 풍격이나, 지나치게 인정이 메마르면 남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없다.
<채근담 29>


요즘 자주 깜빡하거나 정신이 없다는 말을 한다면 잠시 쉬면서 건강을 살펴야 할 때입니다. 입맛이 없고 매사 의욕이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시간이면 할 수 있는 일을 몇 시간째 붙잡고 있다면 바로 멈춰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속도가 아닌 타인이 원하는 속도에 맞추다 보면 금방 탈이 납니다. 내 페이스로 갈 수 있어야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촌놈 마라톤 하는 것처럼 전력 질주하다가는 금방 멈추게 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중 하나는 일을 가늠하고 조절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게으르지 않은 선에서 작은 기쁨을 만들도록 살아가는 것이 담박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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