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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감사일기가 나에게 주는 선물

어떤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느냐에 있다

by 모티
Photo by 빛피스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의 차이는 어떤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느냐에 있다. 그런 이유로 '감사일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하루에 세 가지 정도 짧게라도 오늘 고마웠던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은 긍정적인 경험을 되새기고, 표현하고, 시간이 남을 때 들여다보면서 다시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바뀐다. 이른바 '긍정 감수성'을 자극하는 과정이다. <사랑 수업 중, p125>


감사일기를 써보라구요


4년 전 감사일기를 써보라는 지인의 권유, 하루 3가지 감사한 일을 꾸준하게 한 달만 기록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감사일기까지 써야 할까라는 생각에 흘려보냈습니다. 1년이 지나 일과 사람에 치여 살던 때였습니다. 긍정보다는 부정, 미소보다는 진지함이 쌓인 시기였습니다. 음식에 배는 불렀지만 심리적 허기는 고팠던 것처럼 책을 읽으며 다잡기는 했지만 무언가 부족했습니다. 삶의 변화가 필요한 때, '감사일기'라는 단어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루에 3가지 감사한 일이 없겠어. 3줄이니 부담도 없겠네. 그렇게 2019년 7월 1일부터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Photo by Greenchameleon / Unsplash
1. 힘들어하는 직장 동료에게 저녁 대접하며 대화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2. 점심때 찍은 사진을 아내에게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3. 둘째 아이의 합창단 친구들에게 춥파춥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019년 7월 1일>

감사한 일을 생각하고 쓰는데 고작 3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감사일기를 쓴 후로 오히려 감사할 이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습관적으로 했던 행동들에 의미를 재설정하였습니다. 감사할 내용이 특별히 떠오르지 않는 때는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게 되어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어서 감사합니다."라며 당연한 것에 감사하며 3가지를 채웠습니다.


해를 바라는 해바라기 처럼

감사일기의 효과


가족과 다 함께 식사, 아내와 데이트, 아이들과 보낸 시간, 동료에게 책 선물,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일, 자연 감상, 힘든 일 마무리, 건강검진 이상 없음, 예배드리는 일..... 소소한 일상의 시작과 끝이 모두 감사할 이유였습니다. 감사일기의 효과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치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아는 것과 직접 사랑을 해본 차이만큼 아는 것과 하는 것의 간극을 실감했습니다. 그동안 당연한 것, 익숙한 것에 속아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범한 일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희생 위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잘 살아낼 때, 부족함을 서로 채우며 도울 수 있을 때 건강한 가정, 직장, 사회가 된다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감사는 곧 겸손을 연마하는 훈련이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 아내가 느낄 정도로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부정보다는 긍정에, 진지함보다는 미소 짓는 일에 답이 있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더 유연해졌습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감사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감사일기가 성장일기로

1. 하루를 쉬며 생각을 정리하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2. 아내의 정성스러운 식사 덕에 힘을 얻음에
감사합니다.
3. 하루를 돌아보니 잘 살아낸 하루가 감사합니다.
4. 동료를 통해 내 부족함을 깨달음에 감사합니다.
5. 아내의 애씀 덕에 집안이 평온함에 감사합니다.
6. 소비 독서보다 생산 독서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7. 아이들 방을 청소하며 잠시 추억여행 감사합니다.
<2019년 12월 20일>


단순하게 감사하는 기록에서 삶을 돌아보며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배운 이후로는 연스레 발이 움직이는 것처럼 감사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쉬운 점과 각오를 추가하니 성장일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기록량이 쌓임에 따라 얻게 되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감사일기 3줄 시작이 불러온 긍정적 나비효과였습니다. 그 이후 제게 '감사'라는 단어는 아끼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힘들어하는 동료와 지인들에게 감사일기 경험을 공유합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일상의 행복들을 알아차리고 싶다면, 소중한 것들을 다시 찾고 싶다면,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도 감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더 감사하며, 누군가 "나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매우 감사할 것입니다. 오늘부터 3가지, 3분, 3개월 동안 나를 아끼는 습관에 333운동 추가는 어떠신지요.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중략)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번은 없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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