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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Oct 23. 2021

[일상 풍경] 주말부부로 사는 것, 사랑 정반합

남자 사람, 여자 사람 그리고 함께 사는 삶

Photo by 최성안

주말부부로 살아가기


남자 사람(정)


주말부부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매일 얼굴을 보고 사는 것은 부대끼며 울 일도 그만큼 많아질 테니까요. 평일에는 회사일에 신경 쓰며, 퇴근하면 책을 읽거나 틈틈이 글을 쓰며 자기 시간을 갖습니다. 가끔 동료들과 식을 하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근하면서 관처럼  아내아이들 안부와 일어났던 일을 묻습니다. 날 때 거리감을 그나마 좁힐 수 있 대화를 위함입니다. 그러나 평소 신경 쓰지 못한 미안함에 주말에만 좋은 아빠 노릇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리 도움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구하는 기준과 다른 방향의 챙김은 오히려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아내 하소연합니다.


 "누구는 좋은 엄마 안되고 싶겠냐고. 싫은 소리도 하는데 얘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너무 힘들어. 당신처럼 기준 없이 잘해주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야. 도대체 애들 위해 공부 좀 해" 


아내의 입장을 이해해주며 공감해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채 집에 오지 않으려 평소 직장에서 페이스를 조절합니다. 목요일더 일찍 잠을 청하며 말을 준비합니다. 소금에 푹 절여진 배추 같은 얼굴로 집에 가서 충전을 바라는 것은 지극히 남자 사람 입장입니다. 가족들도 내게 힘을 얻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니까요.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는 아내에게 내 건강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지 않는 것이 남자 사람 태도입니다. 나에게 덜 신경 쓰도록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함입니다.        




살림의 추억


8년 전, 육아와 건강을 이유로 5개월간 휴직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집안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해도 해도 끝이 없었습니다. 안 하면 금방 표가 나고 해야 기본이 유지되는 고된 노동입니다. 아내 출근, 첫째 등원 후 5살인 둘째 아침 챙기기로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됩니다. 설거지와 청소, 빨래 정리 후 잠시 둘째와 있으면 점심시간입니다. 첫째가 유치원에서 오면 씻기고 간식을 챙니다. 두 아이들이 움직이는 곳마다 리셋하기를 반복합니다. 짬을 내어 근처 놀이터나 공원 나들이를 는 이유는 아이들이 놀이터에 있는 시간동안 잠시 쉬기 위해섭니다. 아내가 준 각종 미션을 클리어하며 아내를 기다립니다. 오늘도 할 만큼 했으니 저녁부터는 아내에게 바통을 넘기며 내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맘으로 한마디 건넵니다.


"당신 오늘도 고생했네. 집안 일도 힘들고만..."


"응 그래, 그래도 당신이 있어서 내가 든든하지"라면서 동시에 집안을 둘러보며 작업량을 스캔합니다. 귀신 같이 대충 한 곳은 바로 찾아냅니다.  


 "여보 일을 도와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손이 가지 않게끔 하는 거예요. 설거지도 꺼내 쓸 것을 생각하며 정리해야 하고요. 주변 물기를 잘 닦아야 세균이 생기지 않아요." 그릇은 종류와 크기별로 정리하고요. 컵도 씻고 그릇 위에 쌓아두면  아이들이 꺼낼 때 깨질 수가 있어요. 그런 것까지 신경 쓰니까 집안일이 힘든 거예요. 그리고 가공식품은 요리하기 편하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으니 가끔씩만 해줘요."


칭찬받으려고 했던 말에 본전도 못 찾았습니다. 여자들은 쉼 없이 안일을 하면서도 생색하지 않는데, 남자 사람들은 마치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착각한다며 정신교육까지 덤으로  받았습니다. 마지막 한마디 카운터 펀치였습니다.


"도대체 하루 종일 집에서 뭐한거예요"

 " T  T" (할말하앓)


출처 :  글반장

여자 사람(반)


나는 여자 사람입니다. 꿈 많은 감성 소녀였습니다. 클래식을 사랑하고, 뉴에이지 음악에 일찍 눈을 떴으며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사교성이 좋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현실의 벽 앞에 꿈잠시 미뤄두었습니다. 취직을 위대학 진학,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운명처럼 한 사람을 만습니다. 밋밋한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습니다.  남자의 웃음 뒤에 짙은 그늘도 감싸주고 싶을 만큼 따뜻한 미소가 좋았습니다. 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그를 위해 살습니다. 가슴 설레는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꿈을 키워갔습니다. 사랑했기에 그의 부족함까지 품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내가 먼저 사랑으니 내가 더 사랑해야 했습니다.   



결혼은 장밋빛 청사진과 잿빛 풍경이 뒤섞인 울퉁불퉁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살아온 배경부터 생각까지 전혀 다른 두 사람공통분모는 적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연애 때는 상대만 생각하는 1차 함수라면 결혼은 다양한 변수가 혼재된 고차 방정식이었습니다. 신경 쓸 것 시간과 자원은 제한적인 고된 삶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직장생활은 여자의 삶을 포기도록 강요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도주셨음에도 을 원 없이 자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전쟁을 치르듯 그날만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직장에선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무리하려 점심도 대충 때웠습니다. 안절부절, 종종걸음으로 하루하루 버텼습니다.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 풍선이 가득합니다. 해결되지 않는 일들, 매 끼니 반찬, 집안 대소사, 아이들 건강과 육아, 집안 정리, 남편 걱정.... 가끔은 여자 사람만 이렇게 힘든가라는 자괴감이 듭니다. 내 몸을 가꾸는  사치가 되었습니다. 제일 하고 싶은 머리 손질도 미루니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 미안해 집니다. 여건만 된다면 가정주부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아침 먹고 출근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평소는 그럭저럭 버팁니다. 아이가 아픈 날은 여자 사람은 슈퍼우맨으로 변신해야 합니다. 조퇴를 하는 것도 눈치가 보입니다. 죄인 된 기분입니다. 직장맘은 직장으로 출근하고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하는 극한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남자 사람은 한 가지만 도와주면 보상을 바라는 습성이 있습니다. 말을 해야 꼭 도와주는 이기적인 종족입니다.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면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아이가 아파 간호를 부탁해도 1시간을 못 버팁니다. 무엇보다 남자 사람은 단순합니다. 눈치는 출장을 갔고, 가끔은 회사일도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철이 없는 것인지, 실력이 없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자 사람 사기를 위해서 애써 참으며 토닥여 줍니다. 남자 사람이 당당해야 집안이 세워짐을 알기에 내 몸은 부서져도 내색하지 않습니다. 남자 사람에게 하소연할 때는 많이 힘들 때인데도 남자 사람은 들어주는 것도 제대로 못합니다.


그런 사람이 7년 전 내 이름을 찾아준다며 생일날 자기 모임 계발 프로그램에 나를 데려갔습니다. 생각하는 마음은 갸륵하나 절대적인 시간이 없음을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금씩 나를 아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자 사람만큼의 여유는 죽었다 깨어나도 생기지 않습니다. 여자 사람도 자기 계발을 하고 성장하고 싶습니다.


가끔 남자 사람이 책을 읽으라며 선물합니다. 애써 웃으며 고맙다고 해도 아이들이 크지 않는 이상 책을 읽을 여유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습니다. 아이들 사춘기에 감정노동을 혼자 감당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중에도 주말이면 남자 사람은 꿈 이야기를 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모습에 한편으론 부럽습니다. 그러나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나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배우려고 노력하는 성실함은 인정합니다.  


남자 사람들이여 엄마라는 극한직업을 단 일주일만이라도 해보시라. 임신체험을 하듯 모형 주머니를 두르고 하루만 지내보시라. 상황이 되고서야 이해되는 것이 있음을 있지 마시라. 남자 사람들이 바로서야 우리나라 여자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기억하시라.




서로 사랑하며(합)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악전고투하는 아내의 삶은 직장맘들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직장맘의 머릿속은 생각 풍선을 100개쯤은 띄어 놓고 살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끝내야 하는 부담감, 끼니마다 반찬 걱정, 아이들 살피기, 아이들 아침은 챙기면서도 밥도 못 먹고 가는 하루를 보며 아내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는 바로 도와줄 수 없어서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한편에는 안쓰러움에 이 멥니다. 아빠의 빈자리를 감당하기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우선  내가 건강해야 가족도 돌볼 수 있으니 먹는 것을 조절하고 근력운동도 틈틈이 합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하며 마음공부도 합니다. 사진 풍경과 좋은 문장을 아내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눕니다. 아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식습관을 의식합니다.  


부부가 '사랑'만으로 살기에는 주변 환경이 호락하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 문제보다 다른 종속 변수들이 많습니다. 직장 애환, 자녀 양육, 사춘기 대응, 해도해도 끝이 없는 슬기로운 가정생활까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말 오전이라도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산책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하면서 마음을 나눕니다. 오늘도 아내가 센스 있게 준비한 그윽한 사향 커피와 드라마 OST를 들으며 작은 여행을 떠납니다. 고된 한주를 보낸 서로를 다독이며 하나 되는  시간입니다. 서운했던 점, 속상했던 점도 이야기하며 생각을 조율합니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꿈 친구로, 동반자로 그리고 마음 버팀목으로 응원하며 살아갑니다. 부부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이해하며 살아갈 때 성숙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성경에서 부부를 돕는 베필이라 말하는 이유를 조금씩 깨우쳐 갑니다.    



10년 후에 머물 공간을 꿈꾸며


드라이브하면서 운이 좋게도 아내와 꿈꾸는 모델을 찾았습니다. 10년을 목표로 조그마한 집을 2채 지어 하나는 꿈 짓는 공간, 다른 한 곳은 힐링 민박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콘셉트는 가족이나 연인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음식과 인문이 있는 곳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지난 6월에 땅을 구입했으니 꿈 씨앗은 심은 상태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추억을 나누며 지구별 여행자의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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