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도시인들은 너무나 바빠서 꽃을 볼 시간조차 없다. 아무도 꽃을 보지 않는다. 정말이다. 너무 작아서 살펴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아티스트 인사이트 중>
자세히 보는 것의 힘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꽃을 주제로 연작을 그린 화가입니다. 1932년에 그린 흰독말풀 유화 연작은 2014년 경매에서 495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흰독말풀은 미국 남서부에서 많이 자라는 꽃으로 밤에만 꽃을 피우고 독성이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손전등으로 식물을 관찰하며 자세히 보고 또보며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리드미컬한 구도와 모양, 디테일한 묘사로 마치 꽃이 나를 보고 있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빠서 꽃을 볼 시간이 없으며 너무 작아서 살펴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바라보라"라고 하였습니다.
꽃은 예술가만이 오래 바라봐야 할까요. 몇 년 전부터 산책을 하며 꽃 사진을 자주 찍었습니다. 꽃은 멀리 서는 같은 듯 보여도 같은 모양은 없었습니다. 꽃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꽃의 빛깔과 크기가 달랐습니다. 자세히 볼수록 일정한 패턴과 색감의 조화에 놀라게 됩니다. 꽃 한 송이가 명화이며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쉬움에 사진으로 간직하곤 했습니다. 꽃은 피고 짊으로 존재를 드러냅니다. 꽃 한 송이가 한 사람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꽃을 보는 시선이 야생화, 나무, 소리 듣기로 점점 확장되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을 하나둘 찾게 되었습니다. 지나치며 흘깃 보면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관찰은 관계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아내의 잔소리에 묻어난 걱정이 느껴지고 힘듦이 공감되었습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도록 의식하자 자연스레 잔소리도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짓과 몸짓 신호도 가끔은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멈추면 나눌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바쁘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속도, 타인의 속도에 맞추다 보면 금방 지치게 됩니다. 일상은 자신의 속도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출근하며 매일 걷는 길이 있습니다. 날마다 풍경이 새롭습니다. 햇빛에 반사된 물비늘, 유유히 유영하는 오리가족, 물에 반사된 건물,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물결까지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날, 햇살이 유난히 빛나는 날, 오리 가족이 가까이 보이는 날...그 순간을 담습니다. 순간을 담아 소중한 분들과 나눕니다. 3분의 여유가 일상을 풍요롭게 합니다. 마음 나눔은 사랑하고 있다는 표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