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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살면서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때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by 모티
"살면서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순간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열어 잘 지내냐는 안부를 편하게 물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한다. 안부를 물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조은아,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인연과 추억

3년 전에 만난 분입니다. 처음 뵐 때 우렁찬 목소리, 밝은 미소, 적극적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수범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신 것 같았습니다. 무와 연관되니 종종 뵙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을 대할 때 상황에 맞게 엄한 스승, 인자한 아버지, 마음 친구로 대할 줄 아는 멋진 분이셨습니다.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만날 수록 그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습니다. 만나는 동안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쾌하며 한결같은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사진을 자주 찍고 메모가 취미라는 말에 '글그램' 어플을 소개해 주니 꼭 필요한 어플이라며 몇 번이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2018년 12월 초, 서울에서 입학설명회를 마치고 저녁을 함께 하였습니다. 식사 중에도 계속 전화가 쉬지 않았습니다. 학생 상담, 취업 관련 부탁, 지인과 통화하며 제대로 식사를 못했습니다. 다른 시간도 어떨지 짐작되었습니다. 장소를 이동해 아시는 분과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차분이 얘기하고 싶던 는 불편했습니다. 헤어질 때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실까 망설이다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많이 바쁘십니다. 식사하시면서는 여유를 가지세요"


"취업 시즌이라 학생들을 챙겨야 합니다.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 소홀할 수가 없어요"


"수님 일상도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건강이 염려됩니다."


"하하, 팀장님 걱정하게 해 드렸네요. 다음에는 차분하게 뵙겠습니다."


"교수님께서 바쁘시니 저도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방해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팀장님, 오늘 죄송했습니다."


"교수님을 보면서, 몇 년 전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바쁜지 앞만 보며 달려가다가 넘어졌거든요. 넘어지니 가족이 보이고,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예방 주사를 크게 맞았거든요"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팀장님을 뵈면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무원스럽지 않으셨어요."


"(할말하앓)"





걱정과 염려


몇 달 후에도 여전히 바쁘셨습니다.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용하셨습니다. 입시 설명회를 위해 고등학교 출장을 하루에 6~7 군대를 다니셨습니다. 빈손으로 갈 수 없다며 자비로 빵이며 음료수를 들고 동분서주하였습니다. 발품을 많이 팔아선지 수확도 많았습니다. 열일 하시느라 자신은 돌보지 못했습니다.


2019년 2월 초, 교수님이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문안을 갔습니다. 과로해서 그렇다며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며 오히려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나 요양을 한다며 휴직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회복 중에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20년 3월,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개해 준 어플에 차곡차곡 쓴 글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팀장님과 약속한 것을 잊지 않고 매일 사진을 찍고 단상을 적었습니다. 이걸 자랑하고 싶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건강한 모습, 변화된 얘기를 들으니 저도 기뻤습니다. 건강을 잃게 되니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며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것이였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현실


작년 겨울, 제가 어울릴 것 같다며 빨간 줄무늬 셔츠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상설 매장에서 할인해서 샀다며 받는 사람 입장까지 헤아렸습니다. 처음 만났던 건강한 모습, 밝은 미소로 돌아왔습니다. 산에서 뽑은 삼으로 담근 술을 만들었다며 건네주었습니다. 담근 술은 정성이요, 사랑이었습니다. 차담을 나누며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보지 못했던 그리움을 달랬습니다.


카톡 보며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뭔가 잘못된 거야. 그럴 리 없어. 얼마 전까지 뵙던 분인데"라며 아는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교수님은 "며칠 전부터 이상반응으로 응급실에 갔는데 오늘 오후에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소천하셨다네"라며 당신도 믿기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황망한 죽음이었습니다. 건강하던 분이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뉴스로만 듣던 얘기였습니다.


그분의 미소가 좋았습니다. 소탈한 성격에 끌렸습니다. 멋과 낭만을 아는 분이었습니다. 가죽점퍼에 무릎 부츠를 신고 오토바이로 여행을 즐기는 분, 난초를 키우며 마음을 수양하는 분, 전공 분야에서 전국적 명성이 있음에도 겸손하셨습니다. 나눈 대화를 기억해 큰 도움이 되었다며 습관으로 만들었다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최근 전화기를 교체하는 바람에 그동안 카톡 흔적은 지워졌습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니 3년 동안 나눈 대화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나이를 초월한 멋진 관계로 서로의 꿈을 응원하자던 눈빛이 선합니다. 사진, 시와 응원의 글, 멋진 문장을 보다가 꾹꾹 참았던 눈물이 흘렀습니다. 목소리가 그리웠습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으니까요. 3개월 전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꽃을 보고,

자연을 보면

사람이 더 보입니다.


저는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해서

소중한 것들을 잃을 뻔했습니다.


교수님의 열정과 헌신은

큰 에너지로 많은 분들에게 전해집니다.


저도 변함없으시며 솔직하신

교수님이 좋습니다.


어제는

누군가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을 보며 더욱 직원과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자동차도 헤드라이트와 일반 라이트가

용도가 다르듯


쉼과 멈춤의 브레이크로

지금보다 더 존경받는 리더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2019년 3월 19일 교수님께 보낸 글)



올해 4월, 교수님께 사춘기 아이 문제로 상담을 받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떻게든 돕겠다며 힘을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 덕분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습니다. "식사로 갚겠습니다"라며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마지막 카톡 글귀는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였습니다.




그리운 당신에게


그간 시간을 되돌리며 당신과 추억을 떠올립니다. 카톡 프로필에 저장된 사진을 보며 더 살피지 못했던 제게 화가 납니다. 오늘도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살고 있는 어리석음을 마주합니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을 남을 미워하며 불평하면서 살아갑니다. 당신이 주신 귀한 마음, 열정과 미소는 마음밭에 뿌려졌습니다. 어느 순간 피어나 누군가에게 사랑의 향기로 전해질 거라 믿습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당신께 받기만 해서 더 미안합니다. 마음 빚은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 힘없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겠습니다. 나와 연이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은 사랑할 줄 아는 분, 사람을 귀히 여기는 멋진 분이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교수님"


글이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 납니다.


"누구든지 역량에는 한계치가 있는데, 우리는 때때로 그 총량을 벗어나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찾아오는 오늘이 나의 생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이 넘치는 최고의 멋진 날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말은 적게 하고 지갑을 먼저 꺼내면 아름다운 인격이 된다."

"심마니 친구로부터 멋진 말을 선물로 받는다. '눈으로 보려 말고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 세상도 당연히 그러하리라"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부터 끝이 난다. 그러니 타인을 원망하거나 증오해서도 안된다. 자신을 살피는 훈련을 자주해야 한다."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결핍은 반드시 필요한 영양분이다."

<교수님이 글그램에 남긴 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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