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존중을 받아본 사람은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 현실에 충실한 사람은 꿈을 찾았을 때 남다른 열정으로 달려갈 힘을 가진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책임지는 곳이 아니거나 내가 경영하지 않는 곳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 내 것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은 내 멋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대성, '열버정신'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하게 된다.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라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지루함도 견뎌야 한다. 잘해야 재미도 있다.
고등학교 때, 농구를 좋아했다. 농구에 미쳤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온통 농구 생각뿐이었다. 농구할 생각만 하면 두근거리며 흥분되었다. 학교 가는 이유가 오로지 농구에 있었다. 2교시가 끝나자마자 도시락을 까먹었다. 점심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100m를 뛰는 것처럼 제일 먼저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농구코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하는 순간은 가장 행복했다. 공부를 못했지만 농구장에서만큼 존재감이 뿜뿜이었다.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임에도 지칠 줄 몰랐다. 주말이면 농구장에서 살았다. 한 번은 시골에서 몇 달만에 부모님이 오셔도 조금 후에 간다며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할 정도로 미친놈이었다.
선배들로부터 농구 좀 한다는 말, 모르는 분들과 경기를 할 때도 이기는 경기가 많아 농구의 재미에 푹 파졌다. 인정받아 더 뛰었고, 친구들의 칭찬은 혼자서도 연습하게 하는 동력이었다.
여학교 중고생과 운동장을 같이 사용한 터라 가끔씩 여학생들이 구경을 왔다. 여학생들의 시선에 몸은 가볍다. 남학생들의 모든 에너지는 최고의 플레이를 하도록 최적화된다. 한마디로 오버페이스였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래이로 농구장 주변을 뜨겁게 만들었다. 운동선수가 팬들의 환호와 함성에 초능력 같은 힘을 내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
착각도 자유다. 키 크고 잘생긴 친구의 영향인 줄 모르고 나를 위한 환호와 박수소리라는 상상을 하며 사춘기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학교 1학년까지 농구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순발력이 좋아 제법 농구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키도 작은 편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 속에서 경기 참여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들은 농구클럽 동호회로 함께 경기를 즐기고 체계적으로 배운 터라 나와는 수준이 달랐다. 활활 타올랐던 농구사랑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군대 간 이후 농구는 흐지부지 되어 내 삶에서 지워졌다. 세상은 넓고 농구 고수는 정말 많아서다.
많이 하면 잘하게 된다.
우연히 직장 후배와 대화 중에 농구 얘기를 하게 되었다. 매주 가는 농구동호회에 같이 가보자는 제의였다. 구경하는 내내 다시 멈췄던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 다시 뛰고 싶다"
25년 전에 고등학교 운동장으로 소환되었다. 비록 몸은 둔해지고 생각만큼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몸은 그때의 열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을 천천히 바닥에 통통거렸다. 잠자던 세포가 하나씩 깨어나 운동 혈관이 온몸에 흐르기 시작했다.
소중한 것을 잃고 있다가 찾은 것처럼 농구는 척박한 직장생활에 단비가 되어 주었다. 처음부터 배운다는 각오로 모임에 참여했다. 일주일 한번, 2시간은 몸과 마음의 노폐물이 빠지는 성스러운 시간이었다. 머리가 맑아지는 황홀한 경험이었다. 복잡한 생각, 버거운 직장생활도 그 순간만큼은 잊고 농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직장의 애환을 농구로 풀었던 2년 간의 기억이 새롭다. 돌이켜보면 많은 시간을 농구했기에 즐기면서 잘할 수 있었다. 농구는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았던 멋진 훈장이었다.
<열버정신>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크게 공감되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한 사람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을 많이 쓴 사람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를 많이 한 사람이다.
강의를 잘하는 사람은 강의를 많이 한 사람이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연애를 많이 한 사람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많이 그린 사람이다.
지금까지 내가 잘했던 것은 많이 해본 것들이었다. 많이 하면서 어찌 좋은 기억만 있겠는가.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하고 많은 것을 포기했어야 했다. 노력은 언제나 고통과 함께 왔다. 참고 견디며 한 걸음씩 나갈 뿐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일에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엄청난 노력과 열정이 있을 뿐이다.
노래 경연 오디션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서 얼마나 노래를 불렀을지 생각해본다. 백 번, 천 번, 아니 그 이상의 담금질했을 것이다.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연습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그가 살았던 인생이 궁금해진다. 나처럼 아픈 이야기가 있을까. 남모를 사연을 이겨내지는 않았을까.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모든 현상은 배움과 깨달음의 원료가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정면교사와 반면교사 원리를 잘 적용한다. 좋은 것은 내 것으로 만들고, 좋지 않은 것에는 나를 돌아보면 될 일이다. 말처럼 잘 되지 않지만 글로 쓰면서 또 다짐한다. 성찰하는 지금 이 순간 충실하고픈 마음만은 간절하다.
좋은 책은 무뎌진 나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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