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다가서는 지름길은 그들에게 혀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귀를 내미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달콤한 말을 한다고 해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자기가 말하고 싶어 하는 얘기의 절반만큼도 흥미롭지 않은 법이다." - 미국 여성사회운동가 도로시 딕스 <이혁백,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당신은 말이 너무 많아", "당신은 말귀를 못 알아들어"결혼 초부터 아내에게 주구장창 듣는 말이었습니다. 거기에 중언부언, 지루함까지 더하니 듣는 상대는 고통을 넘어 고문 수준까지 이를 겁니다. 대화의 기본은 주고받음입니다. 상대의 말에 집중해야 생산적인 대화가 됩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아내는 팩트와 논리로, 저는 고집과 감정으로 부딪히니결과는 백전백패였습니다. 상황은 설명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급기야 침묵과 회피로 관계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나의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했습니다. 매사 건성건성, 대충대충인 터라 하나부터 열까지 아내가 챙겨야 했습니다. 저는 트러블메이커, 꼼꼼한 아내는 뒷감당 전문이었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할 줄 아는 게 뭐예요"
어지르는 사람은 셋, 치워도 치워도 집안일은 끝이 없었습니다. 회사일, 육아, 집안일 등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아내도 한계점에 이르렀습니다. 나의 안일함과 나쁜습관들이 지속적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말을 귀담아들으라는 아내의 호소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나의 삶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습니다.
내 잘못으로 뒷수습하게 하는 아내에게 미안했습니다. 아내가 잘 들으라 강조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반복적으로 말하는 아내의 말을 더 이상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아내의 말이 들리자 자연스레 관계도 회복되었습니다. 비로소 아내의 고충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는 것이 관계 회복에 실마리였습니다.
대학교 때 친구들과 종종 포커 놀이를 하였습니다. 재미 삼아했지만 돈을 따는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제가 이긴 이유는 친구들의 표정, 습관을 잘 관찰해서였습니다. 그들은 카드에 따라 표정이 쉽게 읽혔습니다. 자신의 카드만 신경 쓰느라 상대를 살피지 못했습니다. 일명 뻥까(잘 들어온 것처럼 속이고 배팅)를 할 때도 냄새가 납니다. 그런 반면 저는 '포커페이스'로 불렸습니다. 좋은 카드가 들어왔을 때는 몸을 사리고, 좋지 않은 카드에서는 마치 잘 들어온 것처럼 연기를 합니다. 친구들이 뻥카겠지하고 배팅하면 괜찮은 카드를 쥐고 있었습니다. 하수는 정보를 쉽게 노출하니 게임을 이기가가 어렵습니다.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수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입니다. 상대가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까지 폭포수처럼 내뱉습니다. 상대를 살피는 것을 망각한 채 대화의 기본을 무시합니다. 상황에 따라 말을 조절해야 함에도 말을 하기에 빠쁩니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게 됩니다. 공수표도 남발합니다. 말 많은 사람이 가볍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이다라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빈수레 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면 자기중심적인 사람일 겁니다. 할 말만 생각하느라 상대의 말을 듣지 못합니다. 대화 상대는 금방 알아차리고 거리를 둡니다. 소통에 문제 있는 사람은 잘 듣지 않는 태도에 있습니다.
잘 듣는 사람은
신중한 사람들은 말의 무게를 알고 있습니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쉽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대화중에 생각을 정리하며 상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대의 의도를 헤아립니다. 대화에 집중하면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집니다. 그만큼 이해의 폭도 넓어집니다.
나와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습니다. 농구 경기의 패스를 주고받는 것처럼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아는 만큼 게임을 즐기게 됩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말하기에 익숙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포커게임에서 상대에게 카드를 읽히는 사람이라 말씀드렸습니다. 말하는 학원은 있어도 듣기를 연습하는 학원은 드문 이유가 뭘까요.
잘 듣는 것이 먼저입니다. 입은 하나요, 귀가 두 개인 이유를 듣기는 2배로 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상대의 말만 귀담아 들어도 호감주는 사람임을 잊지 않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