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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떠올려 보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도

말은 언제든지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다.

by 모티



"떠올려 보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도, 대부분의 상처도 결국 대화에서 비롯했다. 멀쩡한 능력과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말 몇 마디 잘못해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은 언제든지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피해자라고만 여겼던 자신이 순식간에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다.
<윤홍균 저, '사랑 수업' 중에서 >


대화는 주고받음


대화란 마주 대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음입니다. 대화의 방점은 주고받음에 있습니다. 대화 전문가는 탁구처럼 하라고 말합니다. 질문과 대답을 주거니 받거니 넘어오는 공을 넘기는 상호작용이라고 합니다. 대화력이 떨어지는 상황은 대게 상대방이 관심 없는 말, 듣기 싫은 말로 시작합니다. 사춘기 아이에게 "공부는 잘되니", "무슨 일 없어", "할 말 없어" 등을 던진다면 자녀가 대화할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먼저 아이의 관심사나 부담 없이 대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요즘은 누구랑 친하게 지내", "브런치 라이킷은 사랑.", "아빤 음식 조절을 못하는데, 우리 딸은 대단하다", "에이블리 신상은 나왔니" 대화하기 전 표정을 보며 마음 날씨를 헤아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상태라는 것을 의식하며 조심스레 접근합니다.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올 때는 맑음, 묻는 말에 대답이 없을 때는 흐림이니까요.


슬기로운 직장생활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급하고 중요한 일이 상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경우가 있습니다. 요령 있게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대게 눈치가 빠릅니다. 상대의 관심 분야와 상대가 좋아하는 언어를 적절히 활용합니다. 상황에 따라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도 능숙합니다. 무거운 주제, 부담되는 보고는 가급적 오전을 피하며 타이밍을 조절합니다.


찌 직장생활이 예측하는 데로 흘러가던가요. 상관의 강한 드라이브, 동료의 매서운 스매싱에 대비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잘 받아넘기는 것이 기술인데 쉽지 않습니다. <사랑 수업>의 윤홍균 원장은 질문형 비난에 신경 쓰라고 조언합니다. "너 때문이야"라는 비난은 본인 혼자 하는 혼잣말이니 딱히 대응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왜'가 들어가는 대화가 질문형 비난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늦었지", "왜 보고가 안됐지", "이런 이유가 뭐지" 하는 질문에는 기분은 나쁘더라도 대화 중임을 상기하라고 합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이유에 공감을 표현하며 정중하게 상황을 설명하라고 합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머리는 하얗고 횡설수설하다가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로 되기 십상입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대에게 사과하며 되받아 치지 않고 공을 손으로 잡고 기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합니다.



설득도 노력의 산물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퇴직 선배가 있었습니다. 중간 관리자까지는 일만 하면 되는 줄 았았으나, 간부가 되고 보니 "전체를 보는 안목과 관계를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보고를 들어오는 직원의 표정만 봐도 '뭐가 있구나. 머리 좀 아프겠다'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한마디로 득하기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과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누구나 일목요연한 보고를 원합니다. 쉽고, 간결하며, 명확한 보고서를 쓰는 사람을 고수라 부릅니다. 쉽게 쓴다는 것은 핵심을 간파한 것이며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는 것은 중언부언하지 않고 누구나 이해되어 명확하다는 의미이니 이상적이라 하겠습니다.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긴긴밤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노력했을까요. 수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상대의 입장에서 공감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애씀이 많았을 것입니다. 대화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나를 위함입니다. 대화가 되지 않는 만큼 생각과 행동이 버벅거리면 감정 소모가 많아질 것입니다.


"대화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마음 자체가 잘못인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사용하는 단어와 말투, 태도 등이 다소 공격적이거나 소극적이어서 상호 소통이 힘든 것이다. 하지만 대개 본인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오히려 상대를 원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반복적인 훈련으로 행동을 바꿔야 한다.
<윤홍균, '사랑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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