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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실존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자존감과 자존심

by 모티


"실존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삶에 대한 철저하고 확고한 믿음과 신념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그게 자신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스스로를 경쟁에서 퇴보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자존감보다는 자존심에 휘둘리면서 약해지는 것.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로는 거품을 빼자 하면서도 거품 위에 휘핑까지 듬푹 얹으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정재찬,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중에서>


어깨 힘을 빼고 살자


'어깨에 힘을 빼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두 가지 의미로 이해합니다. 운동 전 힘이 들어가면 경되어 따로 마음 따로가 됩니다. 스트레칭로 뭉친 근육 풀어천히 예열하라는 의미 하나. 다른 의미'자리' 또는 '잘 나갈 때' 취하지 말라입니다. 직장 사회에서 직위는 몸담고 있을 때뿐입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가끔 직위가 곧 인격 인양 행동하게 됩니다.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사람을 보면 대하기가 여간 불편합니다. '일방통행'이란 단어부터 떠오르니까요.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것을 생각하라"란 격언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처럼 권력의 유한함을 아는 것이 지혜라고 선현들은 노래했습니다. 퇴직한 선배에게 가끔 안부를 여쭙니다. 공통적으로 어깨에 힘이 빠진 분들입니다. 무할 때 인격적으로 직원들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감정보다는 이성에, 책임 전가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셨습니다. 각 물꼬를 터주시면서 일하는 사람의 성장을 바라셨습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뉘앙스는 전혀 다릅니다.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과 더해 "스스로 존경하는 마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정의로만 본다면 자존심은 조금 억울할 듯합니다. 본래는 좋은 의미인데 부정적으로 사용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존심이 세다'는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고집 센 사람에게 주로 입니다. '자존심도 없냐'는 옳고 그름 또는 소신은 내려두고 그냥 따르는 태도를 비아냥거릴 때 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존감은 '높다, 낮다'라는 말과 주로 어울립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품위를 높이고자 자아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통 자존감 낮은 사람은 타인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잘 받습니다. 특히 칭친과 비난에 라 감정 기복이 좌우되는 연약함도 있습니다. 그래선지 자존감은 회복해야 할 마음으로 이해됩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자연스레 자신감도 동반 상승합니다. 상호보완적으로 서로를 견인합니다.



자존심이냐 자존감이냐


스스로 존중하는 사람은 타인을 대할 때도 예의를 갖춥니다. 내가 소중한 만큼 상대도 소중하니까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음에 능숙합니다. 대체로 부모님과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어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입니다.


자존심, 자존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자존심을 내세우느냐 자존감을 채워가느냐는 개인의 몫입니다. 존심을 자존감이라 착각하면 '밥맛없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존감은 가꾸고 노력해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자존감은 높은 사람은 삶을 방치하지 않습니다. 자존감이 약할수록 존재의 이유가 흔들리게 됩니다. 뿌리가 단단해야 쉽게 뽑히지 않듯 스스로를 아끼는 만큼 내면은 단단해질 것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남이 사랑해 주길 바라는 것은 건강한 인격형성에 방해가 됩니다. 관계가 자주 꼬이는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성찰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인간은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알아가는 존재라고 합니다. 나를 제대로 아는 만큼 상대를 이해하는 깊이도 커지게 됩니다. 나부터 불완전하며 모자란 부분 투성이인데 누구를 비난하며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소크라테스 형님께서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곧 너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겸손하게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심비에 새겨야겠습니다.


자존감이란 반석 위에 자존심과 자신감의 두 기둥을 세운다면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지 자신의 향기를 드러내며 아름다운 궤적을 만들어 갑니다. 실존적 존재로 살기 위해 자존심이냐 자존감이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자존감이란 나무에 자신감이란 담쟁이가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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