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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Feb 05. 2022

[시 감상] 더 늦기 전에

시가 주는 여운에 마음닻을 내립니다.

     

Photo by 토마토


   더  늦기 전에

                                (정채봉)


당신의 눈은 말합니다

잃은 본전을 찾을 생각에 머물러 있다면

차라리 눈을 감아 주십시오

지금 손해에서 끝나는 것이

송두리째 망하는 것을 막는 길입니다


당신의 코는 말합니다

뜨거운 김이 나오고 있는 지금이라면

숨을 길게 들이쉬어 주십시오

지금을 참지 못하여 저지른 일이

평생 고통의 바다에서 헤매게 합니다


당신의 입은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훼손시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면

다무십시오

하늘에 침을 뱉을 때처럼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당신 또한 훼손시킬 테니까요


당신의 귀는 말합니다

음모를 듣고 있다면

복수극을 듣고 있다면

당장 털어 버리십시오

진리에, 행복한 소리에 고파 있지

쓰레기를 먹고 싶어 하는

귀가 아니니까요


당신의 손은 말합니다

쾌락에 이용하고 있다면 사과하십시오

생산을 바라지

저질 일을 바라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신의 발은 말합니다

길이라고 하여 다 길은 아닙니다

똥개는 구린내를 따르듯

똥개의 길을 가는 발길은

인간의 발이 아니니까요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대응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 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 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나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시를 읽을 마음이 정화됩니다. 못난 내 모습이 떠올라 실망을 합니다. 부족함이 밀려와 탄식도 나옵니다. 얼마큼 깎고 다듬어야 할까요. 괜찮은 사람이고 싶지만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에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나이듦은 많이 감출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한 달간 <어린 왕자>와 동행하면서 동심을 회복하는 여정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굴곡이 있는 삶, 상처 투성인 채로 버텨온 날들이 쌓여 덜 흔들리며 조급함이 줄어들 뿐이었습니다. 돌아보면 미소 짓는 기억도 그때는 고통이었으니까요.


시인은 , , , 귀, , 발이 있는 이유에 답합니다. 그리고 내게 이유를 묻습니다.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문득, 닉 부이치치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화를 낼 것인지,

가질 수 있는 것에 감사할 것인지.


인생은 긴 여정입니다. 항상 맑은 날이 아니듯, 나빴던 순간들이 많기에 좋은 순간이 더 소중해집니다. 더 늦기 전에   소소한 희망을 일구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힐링캠프 영상 캡처

#닉부이치치#더늦기전에#정채봉#시감상#매순간#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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