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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지녀야 할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

by 모티


각자 자리에서 작고, 온화하게, 타오르기


작가의 네 가지 에피소드가 한 권으로 엮였습니다. 진실되고 따스한 면모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차분한 온기를 내뿜는 모닥불이 되길 소망한다는 작가 김민섭. 작아도 분명한 의미로 존재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몇 가지 연결의 경험을 기록해 글로 엮었습니다. 헌혈을 위한 마음,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 나와 닮은 사람 지키기 위한 고소, 바디첼린지와 몰뛰작당 프로젝트 등 유쾌하면서 재치 있는 삶의 흔적들이 묻어납니다. 화려한 에피소드나 명확한 주장은 없지만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고마운 입니다.


저자는 타인에게서 나와 같은 결을 찾아내기 위한 분투기로 전제는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합니다. 선한 영향력(선함)은 인간을 가장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연결하는 고리라고 작가는 강조합니다. 몸과 마음이 깎여 나가던 석사과정, 먼지의 부유물과 같았던 대학원 생활을 묘사하며 우리 사회의 웃푼 현실에 대해 반기를 듭니다. 천편일률 같은 스펙을 요구하는데 의문을 던집니다.


대학원 7년 동안 60번이 넘는 성분 헌혈을 하며 점점 사회적인 존재를 자각하게 되었다는 고백에 뭉클하기도 합니다. 느슨한 연결의 의미를 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나는 다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부터 나는 두 달에 한번 할 수 있는 '전혈' 대신 2주에 한 번씩 할 수 있는'성분 헌혈'을 하게 된다. 연구실 탁상 달력에 격주로 수요일마다 빨갛게 동그라미를 쳐 두었다. 내가 유일학 사회인으로서 스스로를 감각하게 될 중요한 날들이었다. <p 44>


누군가에게 아기 옷을 물려줄 때도 좋은 세제를 넣어 세탁하고 정갈하게 개서 튼튼한 종이 가방에 넣어 건네는데, 피를 주는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내 몸을 정갈하게 해야 했다. <P 49>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


작가는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후쿠오카행 비행기표를 예매합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잡힌 아들의 수술로 여행을 취소하는 바람에 비행기 삯을 환불받을 수 없게 되자 표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영문 이름 표기가 같은 동명이인을 찾으면 된다는 항공사의 대답에 작가는 SNS에 후쿠오카로 떠날 김민섭 씨를 찾는다는 글을 올립니다. 설마 나타날까 하는데, 디자인을 공부한다는 대학생 김민섭 씨가 나타납니다. SNS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숙박비, 후쿠오카 교통권 등을 선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후쿠오카로 떠나는 날, 대학생 김민섭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왜 자신을 도와주는지 묻자 작가는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그저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대답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청년에게 보내는 격려, 그 격려를 보내는 각자의 선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잘되면 좋겠다고. 그럼 작가 김민섭도 우리도 모두 잘될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진상 운전자 고소하기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미한 교통사고.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상대차의 일부가 손상된 교통사고에서 작가는 심한 모욕을 당합니다. 보험사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해자를 고소하고 벌금 70만 원의 판결을 받아 냅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여성이었다면, 노약자였다면, 나이가 어렸다면 더 심하게 겪었을 모욕들을 생각하며 자신을 공격했던 상대 차주를 모욕죄로 고소한 것입니다.


피를 나누고, 대학생에게 후의를 베풀고, 고소를 하고, 체육공원을 달리며 사람 간 느슨한 연결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작은 일에도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선의를 불어넣을 줄 아는 작가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이다. 마지막 책장까지 훈훈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의 다음 여정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어른 그리고 작은 실천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님을 생각합니다. 존재에 고민을 먼저 한 사람, 배움에 부지런한 사람, 성실한 삶을 일구는 사람,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 일에서 가치를 찾는 사람... 모두가 무르익어 가는 과정일겁니다. 읽는 동안 함박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작은 실천과 연대,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몸짓이 반가웠습니다.


연약한 시절을 건넌 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한 세월, 책을 통해 다시 일어섰던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공무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행복하면 내 가족, 내 직장이 좀 더 행복할 겁니다.


4년 전부터 독서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힘듦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몸과 마음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먼저 겪었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1년 이상, 우울증 약을 먹으며 극단적 생각도 몇 번이나 했다고 했습니다. 선배의 눈에 제가 보였나 봅니다. 가끔씩 산책을 하며 함께 걸어 주었습니다. 제 얘길 묵묵히 들어주었습니다.


"선배, 저는 선배에게 잘해주지도 않는데, 왜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는 거예요"


"나는 1년 동안 힘들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임을 알고 있네. 자네는 그 고통이 짧았으면 하네. 아내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 이겨내기가 너무 힘들었네"


"고마워요. 선배. 정말 고맙습니다. 어찌 값을 수 있을까요"


"힘든 후배들 있으면 , 자네가 도와주소"


"........"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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